브라질 상파울루 지하철역 이름 '일본' 표기로 SNS서 논란
일본인 이민 110주년 기념사업…"한국·중국 이민자 차별하나?"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지하철역 이름에 '일본' 표기를 사용한 것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상파울루 지하철공사는 전날 시내 리베르다지(Liberdade) 지하철역의 이름을 '일본-리베르다지(Japao-Liberdade)'로 바꿨다.
올해 일본인의 브라질 이민 1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상파울루 주지사가 지난달 24일 지하철역 이름 변경을 결정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8일부터는 상파울루 시장의 결정에 따라 지하철역 주변 광장의 이름이 '리베르다지 광장(Praca da Liberdade)'에서 '리베르다지-일본 광장(Praca da Liberdade-Japao)'으로 바뀌었다.
리베르다지는 초창기 일본인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일본풍의 가로등이 세워져 있어 '일본 거리'로 불리고 일본인 이민자 단체와 문화시설, 음식점, 상가 등이 많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다른 국가의 이민자들이 늘어나면서 리베르다지의 모습은 많이 변했다. 특히 중국인이 운영하는 음식점과 상가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일본인 상권은 거의 사라졌고 지금은 '아시아인 지역'으로 불린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SNS에서는 지하철역 이름 변경에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국과 중국 이민자를 차별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인이 운영하는 한 인터넷 언론에는 상파울루 시내 한인타운인 봉헤치루 지역에서 가까운 지하철역 이름에도 '한국'을 표기하도록 노력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봉헤치루 근처 지하철역의 이름을 '치라덴치스(Tiradentes)'에서 '한국-치라덴치스(Coreia-Tiradentes)'로 바꾸자는 의견이다.
그러나 일본인 이민자들이 브라질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 일본인 이민자 단체 관계자는 지하철역과 광장 이름 변경을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였다고 소개하면서 "일본인 이민 역사는 110년에 달하고 브라질의 발전을 위해 기여한 점이 인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은 일본 열도를 제외하고 일본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국가다. 브라질 내 일본인 이민자는 16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중 상당수가 상파울루 주에 거주한다.
fidelis21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