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김경수 조사…'킹크랩 알았느냐' 최대 쟁점
金 "킹크랩 본 기억 없다" 사실일 경우 특검 논리 무너져
시연회 장소 CCTV 등 객관자료 없는 듯…결국 드루킹-金 진실공방
"부인하는 김 지사, 조사실서 기억나게 해 주겠다" 특검 자신감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강애란 기자 = 6일 오전부터 시작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김경수 경남도지사 소환 조사는 오는 25일까지 이어지는 특검 1차 수사 기간의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여겨진다.
특검팀은 지난 40일간 수사 끝에 김 지사의 혐의를 댓글조작(컴퓨터 장애 등 업무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좁힌 상태다. 그러나 그를 상대로 신문할 사항이 많아 밤샘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동명인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한 김 지사는 지난 5월 받은 경찰 참고인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 특검 수사에도 마찬가지로 '정면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 지사는 오전 9시30분으로 예정된 출석 시간보다 다소 일찍 서울 강남역 특검 건물로 출석할 예정이다. 그는 건물 외부에 마련된 포토라인에서 취재진을 상대로 간략한 입장을 밝힌 뒤 특검 영상조사실로 이동해 '긴 하루'를 보내게 된다.
◇ 2016년 11월 느릅나무 출판사에선 무슨 일이
5일 특검에 따르면 김 지사에 대한 조사는 우선 그가 드루킹이 벌인 댓글조작을 공모했는지 밝히는 작업부터 시작할 전망이다. 드루킹의 댓글조작이란 자동화 프로그램 '킹크랩'을 사용한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 공감·비공감 조작 행위를 말한다. 킹크랩을 쓰지 않은 수작업 조작 행위는 일단 혐의에서 제외됐다.
특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드루킹이 운영한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 이른바 '킹크랩 시연회'를 참관하고 댓글조작을 지시·동의·격려했다고 보고 있다. 시연회를 본 뒤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이거나 감탄을 표했다는 드루킹 일당의 진술이 핵심 근거다.
당일 김 지사 운전기사의 동선 등도 그의 방문 사실을 뒷받침한다. 특히 특검은 시연회가 끝난 뒤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에게 회식비 100만원을 줬다는 드루킹 측 진술에 주목한다. 댓글조작 시연을 본 뒤 이를 격려하는 취지로 볼 수 있는 만큼 이는 김 지사의 공모 의사를 확실히 보여주는 정황이란 이유에서다.
앞서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작업'을 한 기사 목록을 텔레그램으로 보내거나, 역으로 김 지사가 "홍보해주세요"라며 인터넷 기사 주소(URL)를 보내고 드루킹이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답한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특검은 이 역시 김 지사의 공모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라 보고 있다.
◇ 김 지사 "선플 운동한다고 들었을 뿐…불법지시 했겠느냐"
반면에 김 지사는 킹크랩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으며 이를 이용한 불법 댓글조작은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특검에서 강조할 계획이다. 김 지사는 구체적 날짜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느릅나무 출판사를 2∼3차례 찾아간 사실은 인정한다. 드루킹으로부터 '선플 운동을 하겠다'는 말도 들었다고 시인한다.
하지만 거듭 돌이켜봐도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았을 당시 드루킹이 킹크랩과 같은 자동화 프로그램의 구동 모습을 보여준 기억은 없다는 것이 김 지사 측의 일관된 주장이다.
드루킹과 기사 URL을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역시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을 통해 좋은 기사를 홍보해달라는 취지였을 뿐 댓글조작과 같은 불법 행위를 부탁한 것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김 지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가 드루킹이 킹크랩을 동원해 여론 조작을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으므로 드루킹과의 공모 관계는 깨지게 된다. 알지 못하는 일을 공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업무방해 혐의가 무너지게 되면 킹크랩을 통한 댓글조작을 매개로 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역시 모두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결국, 40일간의 특검 수사 결과가 부정되는 셈이다.
특검은 현재 킹크랩 시연회 당시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폐쇄회로(CC)TV와 같은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실제 시연회가 있었는지, 김 지사가 이를 참관하고 동의 의사를 표했는지는 결국 드루킹 및 특검 측과 김 지사 사이 '진실공방'의 영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질 신문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물론 특검이 당시 상황을 기록한 물증 등 '비장의 카드'를 숨겨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검 관계자는 "김 지사가 기억이 안 난다면 기억이 나게 도와줄 수 있다"며 조사에 자신감을 표출했다.
◇ "지방선거 대가 제안" vs "정치지형 모르는 얘기"
특검은 김 지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시했다. 김 지사가 2017년 12월 드루킹에게 일본지역 총영사 등 고위 외교공무원 직위를 제안하며 그 대가로 지방선거를 도와달라고 했다는 내용이다. 선거법은 선거와 관련해 금전이나 그 밖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약속한 사람을 처벌토록 규정한다.
앞서 드루킹은 2017년 대선 전후 김 지사에게 일본 대사, 오사카 총영사직을 요구했으나 김 지사가 모호한 입장을 취하며 시간을 끌었다고 '옥중 편지'에서 밝혔다. 또 김 지사가 12월28일 전화를 걸어 센다이 총영사를 역제안했으나 거부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인사청탁 의혹은 김 지사가 '추천을 했다'고 사실관계를 일부 시인하며 지난해 대선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물론 이에 대한 선거법 공소시효 6개월은 이미 지난 상황이다.
그러나 특검은 이 의혹을 대선이 아닌 올해 6·13 지방선거와 새롭게 묶은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가 지방선거를 도와달라고 했다'는 드루킹 측의 새로운 진술 등이 그 근거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 측은 이 같은 혐의 내용에 대해 "당시의 정치지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억지 논리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특검이 적시한 2017년 12월 당시 초선 국회의원이었던 김 지사는 지방선거 출마를 생각지 않았던 만큼 이 같은 요구를 했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 지사의 경남도지사 출마 가능성은 줄곧 언론에 오르내렸지만 출마 선언은 4월 이뤄졌다. 이 역시도 당의 요구에 따른 '차출'에 가깝다고 김 지사 측은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은 3월까지 김 지사를 제외한 다른 3명의 후보로 경남도지사 당내 경선 과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 단순 정치인-지지자 사이였을까…특검 '관계 규명'도 주력
특검은 김 지사를 상대로 댓글조작·선거법 위반 혐의를 밝혀내는 것과 함께 일종의 '정치브로커'인 드루킹과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가 정확히 어떤 관계였는지 규명하는 것도 이번 조사의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간 언론을 통해 공개된 드루킹-김 지사 간의 보안 메신저 '시그널' 대화 내용에서 김 지사가 문 대통령의 재벌 관련 대선 공약에 대한 자문을 드루킹에게 한 정황이 드러났다. '개성공단 2천만평 확장' 등 문 대통령이 밝힌 정책 구상도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보낸 보고서가 출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은 이를 바탕으로 김 지사의 말과 달리 이들이 단순한 정치인-지지자 관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댓글조작과 같은 비밀스러운 불법 활동을 공유하고 그 대가로 공직 자리를 주고받으려 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반면에 김 지사 측은 드루킹 일당이 대선을 앞두고 접촉한 수많은 문 대통령 지지 그룹 중 하나일 뿐 특별히 '관리'를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정책 방향에 대해 지지세력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직접 만나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선거철 정치인의 일상적인 행위임에도 특검이 행동 하나하나에 돋보기를 들이대며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하고 있다.
특히 김 지사 측은 특검이 제기한 혐의사실의 기초를 이루는 드루킹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이 부분을 특검 조사에서 적극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현재 특검이 확보하거나 언론에 공개된 메신저 대화 중 상당수는 드루킹이 포함된 경공모 회원들끼리의 대화다. 김 지사 측은 드루킹이 경공모 내에서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정치권과의 관계를 부풀린 정황이 많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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