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공동성명, 동시·단계적 이행해야…美, 종전선언 후퇴"(종합)

입력 2018-08-04 18:19
수정 2018-08-04 18:19
리용호 "공동성명, 동시·단계적 이행해야…美, 종전선언 후퇴"(종합)



ARF 회의 연설…"北우려 가셔줄 용의, 행동으로 보여야…일방적 움직이지 않아"

"美 마음 놓고 다가서게 해주면 행동으로 보일 것…경제 위해 평화적 환경 필요"

(싱가포르=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4일 북미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해 동시적이며 단계적 방식의 해법을 재차 강조했다.

리 외무상은 이날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ARF 회의 연설에서 "조미 사이 충분한 신뢰조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쌍방의 동시적인 행동이 필수적이며 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하나씩 순차적으로 해나가는 단계적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신뢰조성을 선행시키며 공동성명의 모든 조항을 균형적, 동시적, 단계적으로 이행해 나가는 새로운 방식만이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하게 현실적인 방도라도 우리는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마음을 놓고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해줄 때 우리 역시 미국에 마음을 열고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그러면서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 내에서 수뇌부의 의도와 달리 낡은 것으로 되돌아가려는 시도들이 짓궂게 계속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며 "조미공동성명이 미국의 국내정치의 희생물이 되어 수뇌분들의 의도와 다른 역풍이 생겨나는 것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해 우리가 핵시험과 로켓 발사시험 중지, 핵시험장 폐기 등 주동적으로 먼저 취한 선의의 조치들에 대한 화답은 커녕 미국에서는 오히려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있다"며 "조선반도 평화보장의 초보의 초보적 조치인 종전선언 문제에서까지 후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미국을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

리 외무상은 "올해 9월에 맞이하게 되는 공화국창건 70돌 경축행사에 다른 나라들이 고위급대표단을 보내지 말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과 같은 극히 온당치 못한 움직임들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미국이 건설적인 방안을 가지고 나온다면 그에 상응하게 무엇인가를 해줄 생각도 하고 있었지만, 미국이 우리의 우려를 가셔줄 확고한 용의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 한 우리만이 일방적으로 먼저 움직이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신고와 검증 등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종전선언 등 북한이 원하는 조치를 취할 전제조건으로 밝히고 있어 당분간 북미 간에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리 외무상은 핵·경제 발전 병진노선에서 경제건설 집중으로 전략노선을 바꾼 사실도 거론하면서 "그 실현을 위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조선반도와 그 주변의 평화적 환경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사회는 응당 우리가 비핵화를 위해 먼저 취한 선의의 조치들에 조선반도의 평화보장과 경제발전을 고무 추동하는 건설적 조치들로 화답해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의 경제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국제사회 대북제재의 완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중국, 러시아 등 우방뿐 아니라 아세안 국가도 이런 입장에 동조해 줄 것을 촉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리 외무상의 이 연설문은 언론 비공개 연설 이후 북한 대표단 관계자에 의해 취재진에 배포됐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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