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北, 안보리제재 위반…핵·미사일 프로그램 중단 안해"(종합)

입력 2018-08-04 16:16
수정 2018-08-04 16:33
유엔 "北, 안보리제재 위반…핵·미사일 프로그램 중단 안해"(종합)



안보리 제출 전문가패널 보고서…"예멘·시리아 등과 무기거래"

"제재망 뚫는 석유거래 급증…中에 석탄수출 등으로 6개월간 158억원 벌어"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장재은 기자 = 북한이 유엔 경제제재를 피하기 위해 선박 대 선박으로 이뤄지는 석유제품 불법거래를 엄청나게 늘렸다는 보고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접수됐다.

이 보고서에서 북한은 시리아 무기 브로커를 이용해 예멘과 리비아에 무기수출을 시도하고, 수출이 금지된 자국산 석탄, 철강 등의 제품을 중국, 인도 등에 계속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AFP, 로이터통신은 유엔 전문가 패널이 작성해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이 보고서를 입수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신은 이 보고서가 6개월마다 중립적인 전문가들이 조사해 작성한 것으로, 분량은 149쪽이라고 전했다.

전문가패널은 보고서에서 "(북한이) 핵무기,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았다"며 "2018년 해상에서 석탄을 옮겨실은 것뿐만 아니라 선박 대 선박으로 이뤄지는 불법 석유제품 환적을 엄청나게 늘림으로써 안보리 결의를 계속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패널은 해상에서 대형 유조선을 이용해 이뤄지는 석유 환적이 북한의 주요한 제재회피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위반 때문에 지난해 채택된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북한에 대규모로 부과된 원유·연료·석탄 거래에 상한을 두는 조치가 무력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FP통신은 석유제품 환적에 연루된 선박이 40척, 기업이 130곳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는 최근 북한이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중국, 러시아 등을 통해 불법적으로 정유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거나 노동자 해외 송출도 계속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른 가운데 나온 것이다.

패널은 또 보고서에서 북한이 소형화기·경량무기(SALW)와 다른 군사 장비들을 외국 중개인을 통해 리비아, 예멘, 수단에 공급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YNAPHOTO path='C0A8CA3C00000164CB5CAC5200037B34_P2.jpeg' id='PCM20180724002488044' title='대북제재 주의보 발령 (PG)' caption='[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

보고서는 북한의 소형무기 거래 중개인으로 시리아의 무기 불법거래인인 '후세인 알-알리'를 지목했다.

그는 예멘과 리비아 무장단체에 다양한 재래식 무기, 어떤 경우에는 탄도미사일의 공급을 제안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AFP통신은 해당 탄도미사일이 북한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알-알리가 2016년 다마스쿠스에서 북한과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 간 군사장비 거래 협상을 중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패널은 "시리아 정부와의 금지된 거래가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돼왔다"며 "탄도미사일과 다른 금지된 활동에 관여하는 북한 기술자들이 2011년, 2016년, 2017년 시리아를 방문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패널은 이런 군사협력이 북한의 무기금수 제재 위반에 해당하는지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보고서를 인용, 북한의 군사장비 주무부처와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가 예멘 후티 반군에 재래식 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공급했는지 전문가들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기술이전과 다른 상호이익을 논의하자고 북한인들을 다마스쿠스로 초청하는 한 후티 반군 지도자의 2016년 7월 13일 서한이 포함돼 있다.

북한산 석탄, 철, 해산물 등 수출도 유엔 안보리 제재를 피해 계속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북한이 석탄, 철강 등과 같이 수입이 금지된 품목들을 중국과 인도는 물론 다른 나라에 계속 수출해왔으며 이를 통해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1천400만달러(약 158억원)를 벌어들였다고 지적했다.

금융제재와 관련, 보고서는 "가장 이행이 열악한 분야로 적극적으로 회피가 이뤄지는 분야"라고 지적했다. 북한 외교관들이 다수 은행계좌를 개설해 제재회피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YNAPHOTO path='PYH2018080403810001300_P2.jpg' id='PYH20180804038100013' title='북-미 외교장관 대화 지켜보는 강경화' caption='(싱가포르=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4일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포토세션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한 뒤 얘기 나누며 밝게 웃고 있다. 오른쪽 위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2018.8.4 <br>kane@yna.co.kr' >

패널은 북한과의 합작기업 운영을 금지하는 제재와 관련해 200여곳을 밝혀냈는데, 이들 다수가 러시아 내 건설업이나 다른 영업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 중인 미 정부가 북한의 제재회피 움직임과 관련해 공개 '경고'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미국은 지난달 북한의 정유제품 불법취득, 상한 초과를 지적하며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대북 정유제품 판매를 전면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6개월 검토시간을 달라며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이번 유엔 전문가패널 보고서는 북한이 올해 첫 5개월 동안 50만 배럴이 넘는 석유제품을 구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있다는 미 정부의 보고서를 인용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있다면서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까지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러시아가 북한과 합작회사를 허용하고 신규 노동허가를 내주면서 유엔 결의를 위반하고 있다는 새롭고 신뢰성 있는 보고를 접했다며 미국 정부는 이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러시아와 다른 모든 국가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해 대북제재를 집행하기를 바란다"며 "북한의 궁극적이고 완전한 비핵화라는 전 세계의 목표를 방해하는 어떤 위반도 미국은 심각하게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yy@yna.co.kr,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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