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연일 폭염과 전쟁…원자로 가동 중단·바비큐 금지
프랑스도 첫 40도·포르투갈은 47도까지 오를 듯…주말에 절정
발트해에 독성 조류…감자·우유 생산량 감소 등 곳곳 이상현상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유럽 역시 폭염과 전쟁 중이다. 30도를 훌쩍 넘겨 40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각국에선 전례 없는 '이상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 원자로 가동을 일부 중단하고 야외 바비큐를 전면 금지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3일(현지시간) AP, AFP통신에 따르면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150㎞가량 떨어진 알베가 지역의 기온은 이날 45도까지 치솟았다. 4일엔 기온이 47도로 오르는 등 폭염은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온이 오르면서 산불 경계도 강화됐다. 포르투갈 시민보호청은 전국 대부분 지방에 위험 적색경보를 유지하고, 소방관들은 5일까지 비상대기하기로 했다.
에두아르두 카브리타 내무부 장관은 바비큐 등 '위험 행위'에 대해 무관용 정책을 펴겠다고 공표했다.
이웃 국가 스페인 역시 불볕 더위에 시달렸다. 포르투갈 접경 도시인 바다호스는 44도까지 올랐고, 마드리드도 40도를 기록했다.
무더위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이날만 세 명이다. 바르셀로나에서는 노숙자로 추정되는 중년 남성이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40대 도로공사 인부, 70대 노인도 무더위에 변을 당했다.
프랑스에서는 이날 올여름 처음으로 기온 40도를 넘긴 지역이 나왔다.
프랑스 국영 에너지기업 EDF는 원자력 발전소 두 곳의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냉각수로 사용하는 인근 론 강의 물 온도가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다.
'물의 나라' 네덜란드마저 물 부족으로 신음하고 있다. 비가 많아 내륙수로까지 자랑하는 네덜란드는 불볕더위가 장기화하면서 강물이 마른 탓에 운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자가 주식인 벨기에에서는 감자 부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겨울 혹한에 이어 여름 폭염까지 겹친 변덕스러운 올해 날씨에 감자 크기가 예년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영국 BBC 방송이 전했다.
유럽 북쪽에 발트해에서는 유독성 조류가 증가하면서 폴란드, 리투아니아, 스웨덴 등 주변국 주민들의 해변 수영이 금지됐다.
핀란드 환경연구원(SYKE)는 이번 독성 조류가 최근 10년간 최악이라고 전했다.
스웨덴에서는 폭염이 최고봉(峰)을 바꿨다. 꼭대기의 눈과 얼음이 녹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일 2천101m로 관측됐던 스웨덴 케브네카이세 산의 남쪽 봉우리는 31일엔 2천97m로 낮아졌다.
스웨덴 대부분 지역은 7월 한달간 평년의 3∼5도를 웃도는 기록적 더위에 시달렸다.
이밖에 벨기에에서는 폭염으로 일일 평균 도로 사건·사고가 15% 늘었고, 폴란드에서는 더위를 피하려 수영을 즐기다가 사망하는 사례가 늘었다. 폴란드 경찰은 7월에만 75명이 익사하는 등 지난 4월부터 총 250여명이 물에 빠져 숨졌다고 밝혔다.
관광대국 이탈리아의 로마는 온열질환을 막기 위해 관광객들에게 물병을 지급했다. 로마는 도로 곳곳에 분수식 무료 식수대가 있어 길을 지나는 중에도 손쉽게 물을 얻을 수 있다.
젖소들이 폭염에 지쳐가면서 우유 생산량은 15% 감소한 반면, 사람들의 아이스크림 소비량은 지난주 30%나 늘었다고 이탈리아 농민연합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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