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터키 외교 만났지만…'美목사 구금' 이견만 확인
폼페이오 "매우 심각한 사안"…차우쇼을루 "위협·제재로는 결론 안 나"
양측 "현안 해소하기 위해 논의 계속하기로 합의"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미국 국무장관과 터키 외교장관이 만나 '미국인 목사 투옥'을 둘러싼 갈등 조정을 시도했으나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되지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3일(싱가포르 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따로 만나 최근 양국의 현안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 신병 문제를 논의했다.
터키 남서부 이즈미르에 가택연금 상태인 브런슨 목사는 2016년 10월 테러조직 지원과 간첩행위 혐의로 투옥됐다.
터키 법원은 지난달 그의 건강을 고려해 가택연금을 결정했다.
브런슨 목사가 석방되지 않으면 터키에 '대규모 제재'를 부과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협에도 터키 법원은 석방 요구를 기각했다.
미국 재무부는 이달 1일 브런슨 목사 투옥의 책임을 물어 압둘하미트 귈 터키 법무장관과 쉴레이만 소일루 터키 내무장관에 제재를 부과했다.
이날 회담 후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두 장관이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면서 "양측은 현안을 해소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도 터키 취재진에 "대화가 매우 건설적"이었다면서도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두 장관은 제재가 발표된 1일 전화 통화를 한 지 이틀 만에 직접 만나 갈등 조정을 시도했으나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회담에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취재진에, 미국 정부가 브런슨 목사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여긴다고 강조하면서 "브런슨 목사와 관련해 주어진 시간이 다 됐고 이제는 터키가 그를 풀어줘야 할 때라는 주의를 준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브런슨 목사는 풀려나야 하고, 터키 당국에 의해 구금된 다른 미국인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미국의 제재에 거듭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위협적 언사와 제재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처음부터 얘기했고, 오늘도 같은 내용을 전할 것"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의 브런슨 목사는 1993년 터키에 입국해 2010년 이즈미르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브런슨 목사는 '펫훌라흐 귈렌주의 테러조직'(FETO)과 쿠르드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지원하고, 간첩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FETO는 터키 정부가 2016년 쿠데타 모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귈렌의 추종세력을 가리킨다.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브런슨 목사는 최장 3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브런슨 목사는 앞서 법정에서 "기독교인인 나에게 이슬람 성직자를 추종했다는 혐의는 모욕"이라며 일체 혐의를 부인했다.
한편 이날 양국 장관 회담에 큰 성과가 없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터키리라화는 미국의 제재 부과 후 이틀 연속으로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날 리라달러환율은 오전 장중 한때 5.1140리라를 기록, 전날 5.0934리라에 이어 또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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