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빈곤퇴치' 캠페인에 부채 많은 중국 재벌기업 대거 참여
유동성 문제 거론됐던 헝다·완다·하이항 그룹, 앞다퉈 참여
전문가 "중국 재벌이 정치적 자본 사들이는 매우 좋은 방법"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 중인 빈곤퇴치 캠페인에 부채가 많은 중국 재벌기업들까지 대거 참여하고 있다.
중국의 재벌들이 앞다퉈 시 주석의 빈곤퇴치 캠페인에 돈을 쏟아붓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막대한 부채 때문에 정치적 압박을 받는 기업이라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오는 2020년까지 모든 성인의 연평균 소득을 빈곤선인 2천300위안(약 38만 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빈곤퇴치' 운동을 펼치고 있다.
시 주석은 집권 2기를 맞아 지난해 12월 개최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2018년 국가 핵심과제로 환경보호, 금융리스크 예방과 함께 빈곤퇴치를 설정했다.
시 주석은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 "2020년까지 모든 농촌 빈곤인구를 구제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장엄한 임무"라면서 "2020년까지 불과 3년도 남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이번 임무를 완수한다면 중화 민족을 떠나 인류의 위대한 업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지난 4월 중앙재경영도소조를 격상시킨 중앙재경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금융리스크 예방, 환경보호, 빈곤퇴치 등 3대 공방전에서 승리를 거둬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3천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빈곤선 이하의 극빈층은 주로 서부 변방의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3구3주'(3區3州)에 집중돼 있다.
3구는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남부지역, 시짱(西藏·티베트) 자치구, 칭하이(靑海)·쓰촨(四川)·간쑤(甘肅)·윈난(雲南)의 티베트족 거주지구를 말한다. 3주는 간쑤의 샤저우(夏州), 쓰촨의 량산저우(凉山州), 윈난의 누장저우(怒江州)를 일컫는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극빈층을 없애겠다는 시 주석의 의지에 따라 올해만 160억 달러(약 18조 원)를 빈곤퇴치 캠페인에 집행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재벌들이 빈곤퇴치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이유는 당국의 비위를 맞추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 정부는 빈곤퇴치와 함께 기업의 부채를 줄이고 금융시스템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 금융리스크를 예방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재벌 기업 가운데 부채가 가장 많은 기업 가운데 한 곳인 부동산개발회사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은 구이저우(貴州) 성 다팡(大方)현에 15억 달러(약 1조6천900억 원)를 투입해 새로운 마을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을 조달했다.
이 프로젝트는 이 지역의 가난한 농민 1만5천여 명을 새로 건설한 마을로 이주시키는 사업이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것으로 알려진 하이항(海航·HNA) 그룹은 하이난 성 빈곤퇴치를 위해 10억 위안(약 1천65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부동산 개발회사인 다롄완다그룹(大連万達集團)은 구이저우 성의 빈곤퇴치 프로그램을 위해 20억 위안(약 3천300억 원)을 쏟아부었다.
이 회사는 구이저우 성의 한 농촌 마을에 테마파크인 '완다시티'를 조성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포산 그룹도 빈곤퇴치 사업에 3억 위안(약 500억 원)을 사용했다.
이들은 모두 금융당국으로부터 해외 자산 취득에 따른 부채 문제로 주목을 받은 기업이라고 FT는 전했다.
'붉은 자본주의'의 저자로 알려진 프레이저 호위는 "이들은 지난해 부채 부담 때문에 뉴스를 장식했던 기업"이라면서 "이것(빈곤 퇴치 캠페인 참여)은 정치적 자본을 사들이고 (권력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매우 좋은 방식"이라고 말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阿里巴巴)도 빈곤퇴치 캠페인에 100억 위안(약 1조6천500억 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또 알리바바의 라이벌 기업인 징둥닷컴(JD.com)의 회장은 중국 북부 가난한 마을의 명예 촌장이 5년 내 마을의 소득을 10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밖에 농업기업인 뉴호프 그룹은 20억 위안(약 3천300억 원)을 돼지 육성 프로젝트에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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