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선에서 측근이던 음낭가과 당선(종합)

입력 2018-08-03 10:53
수정 2018-08-03 18:38
'포스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선에서 측근이던 음낭가과 당선(종합)



부정선거 의혹·유혈사태 속 선관위 '50.8% 박빙승리' 발표

"새 짐바브웨 만들자" 포부…야권 "법정서 다룰 사기극" 불복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94)가 37년간 점거하다 떠난 자리를 둘러싸고 펼쳐진 짐바브웨 대통령 선거에서 그의 부통령을 지내다 정적으로 돌변한 임시 대통령 에머슨 음낭가과(75)가 승리했다.

그 과정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시민들에게 군인들이 실탄사격을 가해 사망자가 나오는 유혈사태가 빚어진 데다가 야권에서는 이번 선거를 사기극으로 규정하고 불복을 선언해 혼란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 AFP, AP 등 외신에 따르면 짐바브웨 선거관리위원회(ZEC)는 음낭가과 현 대통령이 대선에서 50.8%의 득표율을 기록해 44.3%를 득표한 넬슨 차미사(40) 민주변화동맹(MDC) 대표를 누르고 승리했다고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음낭가과 대통령은 1차 투표에서 득표율 50%를 간신히 넘겨 2차 선거는 치러지지 않게 됐다.

선관위원장 프리실라 치굼바는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의 에머슨 음낭가과를 짐바브웨의 대통령으로 선언한다"고 밝혔다.



선관위의 개표 결과 발표 직후 음낭가과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비록 우리가 투표소에서는 나뉘었을지라도 우리의 꿈은 하나"라며 "이는 새로운 시작이다. 이제 함께 평화와 통합, 사랑 안에서 손잡고 함께 모두를 위한 새로운 짐바브웨를 건설하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MDC 측은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해 선거를 둘러싼 혼란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MDC의 대변인 모르겐 코미치는 대선과 총선이 사기극이며 "모든 일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면서 선거 결과를 법정에서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0일 짐바브웨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실시된 뒤 개표 결과를 둘러싸고 여야 간 대립이 이어지면서 차미사 MDC 대표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집권당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야당 지지자 수백명은 지난 1일 수도 하라레에서 부정선거 의혹에 항의하며 거리시위를 벌였는데 당국이 강제 진압에 나서면서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



짐바브웨 당국은 이날 유혈사태로 최소 6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으며 MDC 사무실에서 18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은 이번 시위와 관련, 차미사의 선거본부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차미사 대표는 위험한 무기를 소지하고 폭력 행위를 선동한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고 MDC 측이 전했다.

그러나 차미사 대표는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이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뒤지며 이번 선거에서 집권당이 부정행위를 저질렀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찾아 헤매는 것처럼 보였다며 증거는 이미 은신처로 옮겨놨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은 37년간 장기집권한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이 작년 11월 군부 쿠데타로 물러나고 음낭가과 대통령이 임시로 그 자리를 이어받은 뒤 치러지는 첫 선거인 만큼 초반부터 관심이 쏠렸다.

음낭가과 대통령은 무가베 정권에서 부통령을 지내다가 정쟁 때문에 외국으로 달아났다가 쿠데타로 무가베가 권좌에서 내려오자 귀국했다.

지난달 30일 치러진 이번 선거는 당일에는 무가베 전 대통령 집권 시절과 달리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으나 개표 결과 발표를 앞두고 야권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유혈사태로 음낭가과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군 병력이 여전히 장악 중인 하라레 도심은 이날 개표 결과 발표에도 잠잠하다고 외신은 전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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