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상대 11전 11패, LG에서 삼미의 향기가 난다
삼미는 프로 원년 1982년 OB 상대 16전 전패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 트윈스는 올 시즌 4위로 '가을 야구'를 바라보지만, 팬들은 전혀 신바람이 나지 않는다.
'한지붕 두 가족'인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치욕적인 연패에 빠졌기 때문이다.
LG는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시즌 11차전에서 7회와 8회 1점씩을 뽑으며 추격전을 펼쳤지만 끝내 전세를 뒤집지 못하고 5-6으로 패했다.
이로써 LG는 두산과 올 시즌 11번째 맞대결에서도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지난 시즌까지 포함하면 13연패로 철저하게 밀렸다.
이제 올 시즌 두 팀 간의 대결은 5차례 남았다.
역대 프로야구 단일시즌에서 상대 팀에 전패한 사례는 딱 한 번 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챔피언 OB 베어스가 꼴찌 삼미 슈퍼스타즈를 상대로 16전 16승을 거둔 바 있다.
프로 원년 삼미의 승률은 고작 0.188(15승 65패)로 프로야구 역사상 최저 승률 꼴찌팀이었다.
LG가 삼미와 달리 4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뼈아픈 결과다.
LG가 모든 경기에서 두산에 일방적으로 밀린 것은 아니다. 11번의 패배 속에 3점 차 이내 승부는 6번이나 있었다.
이날 경기는 1점 차 박빙이었다. 더군다나 두산은 이날 경기에서 리그 타율 1위인 주전 포수 양의지가 체력 관리 차원에서 안방을 비웠다.
주전 3루수 허경민도 부상으로 선발 출전하지 못했다. 5번 박건우는 옆구리 통증, 6번 오재일은 발목 타박상으로 5회가 되기 전에 나란히 교체돼 벤치에 들어오기도 했다.
LG로서는 연패를 끊을 절호의 기회였으나 몇 차례 아쉬운 수비가 나오며 그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렸다.
2-2 동점 상황에서 진행된 2회말 수비가 아쉬웠다.
정진호의 우중간 방향으로 떠오른 타구는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으나 중견수 이천웅, 우익수 채은성이 서로 미루다가 2루타를 만들어줬다.
정진호는 1사 후 류지혁의 우중간 2루타 때 홈을 밟아 두산에 3-2 리드를 안겼다.
3회말에도 실점의 빌미가 되는 아쉬운 수비가 나왔다.
1사 1루에서 김재호의 빗맞은 타구가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가 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중견수 이천웅이 타구를 한차례 흘리면서 1루 주자 오재일의 3루 진루를 허용하고 말았다.
오재일 역시 후속 타자의 내야 땅볼 때 홈으로 들어왔다.
LG는 두산과 11번의 맞대결 동안 11개의 실책을 범했다. 반면 두산은 단 한 개의 실책도 기록하지 않았다.
LG는 이날 10안타로 두산보다 안타 수가 1개 더 많았고, 홈런 3방까지 터졌지만, 집중력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4회초 2사 만루 상황이 아쉬웠다. 두산 선발 이영하가 몸에 맞는 공 2개를 던지며 자초한 만루 상황에서 오지환은 2볼의 유리한 볼 카운트를 잡았다.
쫓기는 쪽은 투수였다. 하지만 오지환은 3구째에 성급하게 배트를 돌렸다가 평범한 내야 뜬공으로 물러났다.
6회초 1사 1, 2루에서 베테랑 박용택의 병살타도 추격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는 마찬가지였다.
LG는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에나 두산과 다시 만난다.
팀을 재정비할 시간은 충분하지만 두산과의 맞대결 내내 드러난 수비력의 극명한 차이와 불안한 불펜진 사정까지 고려하면 삼미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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