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이현영, '토종 스트라이커' 자존심으로 AG 금 도전
WK리그 14경기 10골로 국내 선수 득점 1위…"최선 다해 골 넣을 것"
(파주=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남자 프로축구도 그렇지만 여자 실업축구 리그에서도 득점왕 경쟁은 주로 외국인 선수들의 몫이다.
지난 시즌 WK리그에선 당시 인천 현대제철에서 뛰던 이민아(고베 아이낙)가 득점 2위에 오르긴 했으나 1위 비야(현대제철)와는 10골 차였다.
그러나 이번 시즌 WK리그에선 모처럼 국내 선수가 득점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 14경기에서 모두 10골을 넣은 이현영(27·수원도시공사)이 비야를 2골 차로 바짝 쫓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오랜만에 대표팀에도 복귀해 이현영은 코앞으로 다가온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최선을 다해서 골을 넣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이현영은 연령대별 대표팀을 거쳐 2011년부터 일찌감치 성인 대표팀에서 소집됐다.
여주대 재학 중이던 2010년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 8강전에서는 두 골을 터뜨리며 4강 기적을 이끌기도 했다.
당시 월드컵에서 동갑내기 지소연(첼시 레이디스)과 함께 한국 여자축구의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으나 이후 부상으로 부침을 겪었다.
4년 전 오른쪽 무릎 부상 이후 재작년 추가 수술을 하면서 컨디션이 고르지 못했고 2016년 11월 동아시안컵 예선을 마지막으로 대표팀도 잠시 떠나있었다.
1년 8개월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단 이현영은 "부상 때문에 많이 침체해 있다가 이제 리그에서 자신감을 되찾고 많이 회복하는 중"이라며 "그래서 이번 대표팀 소집이 더 감회나 각오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세대교체가 진행 중인 대표팀에서 이현영은 제법 고참급이 됐다.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는 이현영은 "대표팀 선수들이 오래 같이 운동을 했던 친구들이고, 처음 만난 어린 선수들도 워낙 성격이 좋다"며 "팀 분위기에 맞춰 적응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0 광저우와 2014 인천에서 딴 동메달이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인 여자축구 대표팀의 이번 대회 목표는 '메달 색 바꾸기'다.
최소 은메달 이상이 목표인 건데 이현영은 "은메달을 말하는 선수들은 없고 다 금메달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현영은 "선수들도 다 몸이 좋은 것 같다"며 "조금 더 집중하고, 조금 더 서로를 위해 희생하면 금메달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득점을 책임져야 할 최전방 공격수로서의 어깨도 무겁다.
이현영은 "한국 여자축구에 국내 스트라이커가 잘 없다는 말씀을 많이 들으면서 들어와서 어느 정도 부담감도 있다"며 "하지만 그것도 내가 짊어져야 할 무게다.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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