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드루킹 특검, 정치인 연루 의혹 규명에 명운 걸어야
(서울=연합뉴스) '드루킹' 김동원 씨의 포털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핵심 수사 대상인 김경수 경남 도지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본격화했다. 특검팀은 2일 김 지사의 창원 사무실과 관사,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의 컴퓨터와 휴대 전화 등에 대해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벌였다. 앞서 첫 번째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으로부터 기각당한 특검팀이 혐의를 보강해 재청구한 끝에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에 나섰다. 최근 김 지사의 신분을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하고, 영장에 '드루킹의 공범' 혐의까지 적시한 특검팀은 압수 증거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이르면 이번 주말쯤 그를 소환할 방침이라고 한다.
김 지사에 대한 강제수사는 지난달 27일 출범한 특검팀이 그간의 수사에서 드루킹 일당의 방대한 댓글조작에 김 지사가 연루된 구체적 정황을 포착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드루킹 측의 그간 진술과 자료로 볼 때 김 지사가 2016년 11월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의 시연회를 참관한 후 작업을 승인했고, 이후 그 결과물을 주기적으로 보고받은 것으로 의심한다. 또 김 지사가 올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드루킹의 도움을 얻으려 했다는 진술도 나와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도 수사 대상에 올렸다고 한다.
김 지사와 드루킹의 범상치 않은 관계는 이들이 과거 보안 메신저 '시그널'을 통해 나눈 대화 내용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1~2월 국회의원이던 김 지사는 재벌개혁에 관한 자료를 드루킹에게 요청해 받는가 하면 그로부터 '개성공단 2천만 평 개발 정책'을 제안받기도 했다. 이런 자료나 제안은 며칠 후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포럼 연설이나 페이스북 게시물에 그대로 활용됐다. 두 사람이 댓글조작 외에 정책 관련 조언도 주고받았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양측 간에 인사 청탁이나 금품이 오간 의혹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김 지사는 지난 4월 드루킹 사건이 처음으로 불거졌을 당시 "의례적으로 감사 인사 같은 것을 보낸 적은 있지만 상의하듯 문자를 주고받은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말이 사실이 아닌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드루킹은 지난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돕고 싶다고 연락해온 수많은 지지그룹 중 한 명"이란 해명도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특검팀의 1차 수사 기한 60일은 오는 25일까지다. 한차례에 한해 30일 연장 가능하지만, 시간이 빠듯하다. 지난 한 달여 수사가 '곁가지 치기'였다면 향후 수사는 유력 정치인의 여론조작 연루 의혹이란 본류를 향해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수사 도중 뜻밖에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투신자살하는 비극도 발생했지만, 이를 이유로 특검의 수사 동력이 약해져서는 안 된다. 김 지사 외 청와대 송인배 정무비서관, 백원우 정무비서관 등 다른 여권 정치인의 사건 연루 의혹도 특검팀이 꼭 파헤쳐야 할 사안이다. 드루킹이 SNS를 통해 정의당 핵심 관계자들을 협박한 일도 간과할 일이 아니다. 낯부끄러울 만큼 부실했던 검경의 초기 수사 역시 엄정히 조사해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바란다. 특검은 온 국민이 주시하고 있는 이 사건을 한 점의 의구심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정상적 여론 형성을 방해한 세력은 '민주주의의 적'으로 간주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히 처벌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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