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호·김지환, 트라이애슬론 불모지에서 쌓은 우정

입력 2018-08-02 16:43
허민호·김지환, 트라이애슬론 불모지에서 쌓은 우정

EXID 하니의 첫사랑이 허민호였다는 말에 김지환도 미소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2006년 주니어대표팀에 함께 발탁돼 쌓은 인연이 13년째 이어진다.

트라이애슬론 불모지 한국에서 허민호(28·대전시청)와 김지환(28·통영시청)은 함께 울고, 웃었다.

개인전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다가도 결승선에서는 서로를 격려했다. 혼성릴레이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2014년 인천에서는 함께 시상대(은메달)에 오르는 기쁨까지 누렸다.

2018년에도 둘은 같은 목표를 안고 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트라이애슬론 대표팀 결단식이 열린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만난 허민호와 김지환은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아시안게임 시상대에도 함께 올랐으면 좋겠다"고 했다. 둘의 목표는 혼성릴레이 금메달이다.

허민호는 '트라이애슬론 영재 출신'이다. 6살 때 트라이애슬론에 입문해 한국 선수 중 최초로 올림픽 본선 진출(2012년 런던)에 성공할 때까지 국내 일인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김지환은 "2006년 주니어대표팀에서 함께 뛰면서 친해졌지만, 나는 예전부터 민호를 잘 알았다. 워낙 유명한 선수였다"고 했다.

허민호가 긴장감을 안고 선수 생활을 이어간 건, 동갑내기 라이벌 김지환 덕이다. 김지환은 수영 선수로 시작해 10살 때 수영과 달리기를 함께하는 아쿠아애슬론으로 종목을 변경했고, 고교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수영, 사이클, 달리기를 모두 소화하는 트라이애슬론에 뛰어들었다.



개인전에서 치열하게 싸우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던 둘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혼성릴레이에서 정혜림, 김규리와 함께 은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트라이애슬론이 아시안게임에서 거둔 최대 성과다.

둘은 입대도 같은 날 했다. 당연히 함께 전역했다.

약점까지 같다. 허민호와 김지환은 "달리기가 약하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두 번째 함께 나서는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며 같은 꿈도 키운다. 김지환은 "장윤정 선배, (정)혜림이, 나, 민호가 평소 기록만 내면 금메달을 딸 수 있다. 남은 30일 동안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했다. 허민호도 "일본이 강하지만, 우리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둘은 오랜 기간 한국 트라이애슬론을 이끈 동지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장난기 많은 20대 청년이다. 함께 한 시간이 길다 보니 놀릴 일도 많다.



걸그룹 EXID의 멤버 하니는 최근 방송에서 "허민호가 내 첫사랑"이라고 했다. 허민호는 "그냥 아는 오빠와 동생이지만, 지금도 가끔 연락하며 응원한다"고 했다.

그 모습을 본 김지환은 "하니 씨와 민호가 친분이 있는 사이란 건 알았다. 방송 덕에 민호가 더 유명해졌다"고 웃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혼성릴레이 마지막 주자는 김지환이었다. 2위를 확정한 순간, 김지환은 왈칵 눈물을 쏟았다. 허민호는 그 장면을 떠올리며 꾸준히 김지환을 놀린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허민호가 마지막 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허민호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한국 트라이애슬론 사상 첫 금메달을 수확한다면 허민호가 4년 전 김지환처럼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허민호와 김지환은 서로 장난을 치다가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화두에 오르면 눈을 반짝였다.

jiks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