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중 출산한 뉴질랜드 총리, 국민에 영감…'워라밸' 체현"

입력 2018-08-02 07:00
수정 2018-08-02 07:03
"재임중 출산한 뉴질랜드 총리, 국민에 영감…'워라밸' 체현"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 인터뷰…"우리는 실험할 준비된 나라"

"아던 총리, 방한 열망…양국 지도자 정책 기조 매우 비슷"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총리의 출산은 하나의 풍조를 만들었습니다. 그녀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뉴질랜드인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1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역대 전세계 여성 총리 중 두번째로 재임 중 출산한 자국의 저신다 아던(37) 총리에 대해 "슈퍼우먼이 아니라 그저 견실한 사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아던 총리는 지난 6월 21일 딸을 순산하고 6주간의 출산 휴가에 들어가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전세계 통틀어 현직 총리의 출산은 1990년 1월 베나지르 부토 당시 파키스탄 총리에 이어 28년 만이었다.

여성 지도자가 재임 중 출산해 국가 경영과 육아를 병행하는 궁극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체현할 수 있게끔 하는 '사회적 배경'을 질문하자 "뉴질랜드 사회에는 더 많은 개인의 능력이 필요하다. 남자만 일하고 여자는 집에 있어서는 되지 않는다"는 평범한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터너 대사는 "뉴질랜드는 남녀간 임금 격차가 20년 전 20%이던 것을 지금은 9%로 줄였다"며 "여성이 동등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데 대해 우리 사회가 이해를 한다"고 말했다.

터너 대사는 또 "뉴질랜드인의 노동 참가율이 실질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고 수준"이라며 "여성이든 소수자든 노인이든 원하면 일하도록 하고 있다. 다양성이 있으며, 모두의 기술을 이용한다"고 첨언했다.

'범 국가적 노동 참여' 경향과 관련, 인구가 500만 이하인 뉴질랜드의 노동력 부족 외에 설명가능한 다른 배경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뉴질랜드는 전통의 속박을 덜 받으며, 사회적으로 실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국이 여성에게 처음으로 참정권을 보장한 국가라는 사실과, 고령자 연금을 19세기 후반에 도입한 일을 '실험'의 사례로 소개했다.

이어 터너 대사는 "뉴질랜드가 마법을 부리는게 아니다"며 현재 한-뉴질랜드 리더십의 정책 방향이 서로 매우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양국 정상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불평등 감소, 과도한 노동시간 지양, 부(富)의 혜택 공유, 삶의 질과 교육 개선 등을 거론했다.

터너 대사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북한이 비핵화할 준비가 돼 있고 평화를 받아들인다면 매우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며, 그 때 우리는 북한 경제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지 생각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지금 가난하지만 자본과 기술, 개방된 시장을 도입하면 크게 성장할 수 있는데 그것을 하려면 비핵화 약속 이행을 위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터너 대사는 아던 총리가 학창 시절 연수 프로그램에 응모해 몇 주 동안 한국에서 '혁신'과 '기술'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면서 "지난 5월 내가 웰링턴에서 총리를 만났을 때 그녀는 한국에서의 추억을 따스하게 회상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일정상 어렵겠지만 아던 총리가 한국 방문을 "열망"(keen)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주한대사로 부임한 터너 대사는 1986년부터 13년간 직업 외교관으로 일하다 1999년부터 대사 부임 전까지 뉴질랜드의 세계적 낙농업체인 폰테라에서 낙농개발 부문 본부장 등을 지낸 경력이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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