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뺀 서울교육청 교장공모심사위원 공개…비판모면 '꼼수'

입력 2018-08-02 07:11
수정 2018-08-02 09:01
알맹이 뺀 서울교육청 교장공모심사위원 공개…비판모면 '꼼수'



사실상 '심사위원 구성비'만 공개…"교장공모제 불신 조장"

교육부도 '갸우뚱'…"잘못된 부분 있어 개선토록 할 것"

<YNAPHOTO path='AKR20180801150700004_01_i.jpg' id='AKR20180801150700004_0201' title='' caption='서울시교육청이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한 '2018.9.1자 교장공모제 1차 및 2차 공모교장심사위원회 명단'.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갈무리=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서울시교육청이 각급 학교 교장공모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면서 과도한 비밀주의를 고수해 '교장공모제'에 대한 학부모 불신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최근 진행된 11개 중·고등학교 교장공모 1·2차 심사위원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각 학교에 9월 1일 부임할 새 교장을 뽑는 올해 하반기 공모부터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도록 교육부 지침이 바뀐 데 따른 것이다.

앞서 교육부는 '교장공모제 추진계획' 등을 고쳐 교장후보 심사절차가 끝나면 공모교장심사위원회 위원 명단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하게 했다. 공개 시기와 방법은 각 교육청에 맡겼다.

교육부 관계자는 "심사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편파적 위원구성으로 특정인을 밀어주는 행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의 명단공개 방식은 이런 제도개선 취지와 동떨어진 요식행위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단에는 1차 심사위를 운영한 교장공모 실시 학교와 2차 심사위를 운영한 지역교육청 이름, 심사위원의 성(姓), 각 위원이 학부모·교원·외부위원(2차 심사는 외부·내부위원)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등의 정보만 담겼다. '○○중학교 학부모위원 김○○' 또는 '○○교육지원청 외부위원 박○○' 등으로만 표기된 것이다.

이 명단을 통해 일반 시민이 알 수 있는 정보는 사실상 외부위원 비율을 보여주는 '심사위원 구성비'뿐이다. 이는 교육부 지침에 규정된 것이라 정보로서 가치가 없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평가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교장공모와 관련해 홍역을 치렀다. 도봉구 도봉초등학교와 구로구 오류중 교장후보 심사과정에서 학부모가 주도한 1차 심사 1순위 후보가 지역교육청이 진행한 2차 심사에서 탈락해 학교구성원이 거세게 반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학부모들은 2차 심사에서 1순위에 오른 후보들이 각 학교 현직 교감이라는 점을 들어 '제 식구 밀어주기' 의혹을 제기하며 심사위원 공개를 요구했다.

도봉초·오류중 공동대책위원회는 "언론보도에 따르면 교육청은 2차 심사위에 교육부 공문에 없는 퇴직교장과 교육전문가, 대학교수를 끼워 넣고 지역주민을 배제했다"면서 "교장공모제 취지에 동의하지 않는 관료들로 심사위원을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교장공모 후보 심사과정을 놓고서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서울교육청의 이번 심사위원 명단 공개방식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심사위원 명단을 전부 공개하면 위원들이 탈락자들로부터 강하게 항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면서 "정보공개청구가 있을 시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개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교육청 측은 또 다른 평가·심사위원회도 위원 신상을 완전히 공개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시교육청 공개방식에) 잘못된 부분이 있어 보인다"면서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심사위원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밝히라는 것이 (심사위원 명단공개의) 취지인 만큼 공개양식을 정해주는 등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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