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폭염] 지구촌 곳곳도 절정 폭염·이상기온으로 몸살

입력 2018-08-01 17:27
[최악폭염] 지구촌 곳곳도 절정 폭염·이상기온으로 몸살

일본 지난주 '41.1도' 관측사상 최고…독일·스웨덴 등도 최고기온 기록

그리스·미국선 대형 산불 피해 키워…일본 온열질환 사망자 '125명'

기상 전문가들 "지구 온난화 인한 기후 변화 양상…중위도 지역 '열돔' 현상"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전국 폭염이 절정을 기록한 가운데 지구촌 곳곳에서도 맹렬한 더위로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우고 이상 고온이 속출하는가 하면 화재 피해가 잇따르는 등 곳곳이 몸살을 겪고 있다.

1일 AP통신과 로이터통신, DPA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과 아시아 각 지역에서 폭염으로 인해 기록적인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독일 기상청에 따르면 31일(현지시간) 독일 여러 지역에서 수은주가 섭씨 39도(화씨 102도)를 기록했으며 베른부르크 동부는 39.5도까지 치솟아 올해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는 2015년 바바리아주 남부에서 관측된 40.3도(화씨 104.5도)다.

스웨덴에서도 7월 평균기온이 26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27일에는 34.6도가 관측돼 올해 최고 기온으로 기록됐다.

일본에서도 사상 유례없는 폭염으로 열도가 용광로처럼 끓어올랐다.

지난달 23일 오후 사이타마(埼玉)현 구마가야(熊谷)시의 기온이 41.1도로 관측돼 일본 관측 역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날 도쿄도(東京都) 오메(靑梅)시도 40.8도를 기록했다. 도쿄도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어선 것도 관측 이래 처음이다.

각국이 타는 듯한 더위로 홍역을 치르는 가운데 폭염 위험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2080년 필리핀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폭염 사망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온라인 과학전문지 '공공과학도서관-의학'(PLoS Medicine)에 실린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 준비·적응 전략, 인구밀도 수준에 따른 서로 다른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20개국의 412개 지역에서 2031∼2080년 폭염 관련 사망자 수를 추정했다.

그 결과 필리핀의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2031∼2080년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자'는 1971∼2020년의 1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과사망자는 하루 평균 사망자 수를 초과한 실제 사망자 수를 말한다.

같은 시나리오에서 호주와 미국은 같은 기간 초과사망자가 각각 5배에, 영국은 4배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고온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불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지난달 23일 시작된 산불로 지난달 31일(현지시간)까지 1천채 이상의 건물이 복구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당국은 산불로 초토화된 지역의 인근 바다에서 익사체 2구를 수습했으며 이들이 산불 희생자로 확인되면 이번 산불 사망자는 93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에서도 서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초대형 산불이 일어나 큰 피해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 주도 새크라멘토 북쪽 샤스타 카운티에서 지난달 23일 발화한 '카 파이어'가 고온 건조한 날씨와 강풍 속에 급속도로 번지면서 캘리포니아 북부 전역을 집어삼켰다.

이번 산불은 맨해튼의 6배가 넘는 170제곱마일의 산림과 시가지를 태웠고 가옥과 건물 900여 채가 전소한 것으로 보도됐다.

역대급 폭염에 사망자도 잇따르고 있다.

1일 일본 총무성 소방청이 발표한 온열질환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30일부터 이달 29일까지 온열질환 사망자가 125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캐나다 퀘벡주의 경우도 이미 이달 초 폭염 사망자가 약 90명에 이른다고 주 보건당국이 밝혔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상 고온의 원인이 장기적으로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며 단기적으로는 기류 배치 특성에 따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기상청은 '대기 상층부 파동'과 '북극 진동'이 최근 지구촌 곳곳 이상고온 현상의 기후적 원인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은 "중위도 제트기류의 약화로 대기 상층 흐름이 정체되면서 고기압들이 동서 방향으로 늘어서 있는 기압계가 나타났다"며 "이 영향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북미, 중동, 유럽 여러 나라에서 폭염과 산불 등 기상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또 "7월 초부터 극 지역의 제트기류가 강화되고 이 기류가 극 지역의 찬 공기 남하를 차단하는 '양(+)의 북극 진동' 현상이 발생했고, 중위도 지역에선 제트기류가 평년보다 약화해 대기 흐름이 느려지고 정체되면서 폭염 발생과 지속에 일부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부연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전 세계적 폭염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반 센터장은 "특히 북미, 유럽, 중동, 동아시아 등 현재 폭염 발생 지역의 공통점은 위도 30도 부근 지역으로서, 기류 변동 등에 의한 '역학적 고기압'이 강하게 발생하고 이들 지역에서 '열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뜨거운 고기압 영향을 받는 상태에서 지상 5∼7㎞ 상공의 공기는 점차 뜨거워지고 아래층 공기는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이 안의 공기가 확산하지 못하고 일종의 돔 안에 갇힌 상태로 계속 정체돼 폭염이 지속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태양 고도가 정점을 찍은 이후 두 달 뒤인 현재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일종의 '지체 현상'"이라며 "태양 고도가 많이 낮아지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의 경우 이번 주 더위가 정점에 이르고 다음 주부터는 차츰 누그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는 폭염이 점차 일상화될 가능성도 거론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손병주 교수는 "폭염은 이산화탄소의 증가에 따라 예상됐던 일"이라며 "과거의 극심했던 폭염이 더는 극심한 수준이 아니고 평년 수준의 더위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손 교수는 "과거에는 35도면 굉장한 더위였는데 올해는 평균 수준"이라며 "과거의 높았던 기온이 이제 매해 경험하는 값으로 자리 잡는 추세가 보이고 있고, 앞으로 조금 더 극렬하고 강해진 더위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대기과학과 김 준 교수도 "단기적으로는 대기가 예전보다 건조한 탓에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를 반사해주지 못하는 측면이 있고, 장기적으로는 지구 온난화로 극단적 기후가 나타난다"고 폭염 원인을 분석했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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