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패션계 주목하는 26세 사진가 코코 카피탄
보그·구찌·멀버리 등 협업…대림미술관서 아시아 첫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최악 폭염이 덮친 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 꼭대기에 수영장이 문을 열었다.
자꾸만 손을 넣고 싶어지는 푸른 물속에 글씨들이 어른거린다. "나는 수영장 한가운데 떠 있다. 유일한 사실은 난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푸른 타일들을 깔고 레진을 칠한 뒤, 천장에서 물결치는 영상을 쏘아 수영장처럼 꾸며놓은 작업 주인공은 사진가 코코 카피탄이다.
1992년 스페인 최남단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10대를 보낸 코코 카피탄은 구찌, 보그, 멀버리, 컨버스 등 유명 패션하우스 및 매체들과 함께 일하는 신예 작가다.
지난해 구찌 '영 아트 스타'로 지목된 그는 F/W 컬렉션에서 GRG(초록·빨강·초록 줄무늬) 위에 '상식은 그리 상식적이지 않다' '우리에게 다가올 이 모든 미래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등의 문구를 새긴 아이템들을 선보여 화제를 낳았다.
대림미술관 기획전 '나는 코코 카피탄, 오늘을 살아가는 너에게'는 선명한 색감과 솔직하면서도 위트있는 메시지, 과감한 표현양식으로 규정되는 코코 카피탄 작업을 소개하는 아시아 첫 개인전이다.
사진, 회화, 핸드라이팅, 영상, 설치 등 150여 점이 나왔다.
유명 패션지에 실린 사진들은 패션 사진임에도, 등장인물에 초점을 맞추는 초상 사진 특성이 접목된 만큼 독특한 느낌을 준다. 폭스바겐, 코카콜라 등 세계적 브랜드를 조금씩 비튼 작업들은 소비사회와 대중문화를 향해 물음을 던진다.
작가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구찌와의 협업 프로젝트를 언급하면서 "제가 예술을 바라보는 생각, 예술을 작업하는 방식을 크게 바꿔놨다"라고 밝혔다.
"제가 주력하던 사진 작업이 아니라, 평소 자주 끄적이던 핸드라이팅 작업들을 (구찌가) 주목해서 매우 놀랐죠.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았고, 상업적으로 연결해 보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하지 않았던 작업들이었거든요."
작가는 "예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작업을 통해 저 자신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단 깨달음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술과 상업의 경계와 관련된 물음에 "그 경계는 매우 얇고 둘을 넘나드는 많은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한 시도들을 저는 긍정적으로 바라본다"고 답했다.
흑백조 사진들이 전시된 3층에서는 보이는 것에 익숙한 패션모델들이 타인의 시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담아낸 작업과 삶·죽음을 주제로 한 작업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수영장 설치 작업이 있는 4층에서는 물기와 생기가 함께 느껴진다. 스페인의 올림픽 싱크로나이즈드 선수들을 촬영한 사진들과 긍정 메시지를 담은 8m 대형 핸드라이팅을 수영장 주변에 둘렀다.
이번 전시는 내년 1월 27일까지. 문의 ☎ 02-720-0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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