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폭염 르포] "더위에 지친 닭 하루 20∼30마리씩 죽어요"

입력 2018-08-01 16:32
수정 2018-08-01 17:00
[최악폭염 르포] "더위에 지친 닭 하루 20∼30마리씩 죽어요"

경기도내 폭염 피해 폐사 가축 31만마리 넘어서

(용인=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자식 같은 닭들이 죽어 나가는 걸 보기가 무척 힘드네요. 닭들은 35도 이상 기온이 올라가면 대책이 없습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에서 육계 5만 마리를 키우는 구일서(65) 씨는 39.5도까지 올라간 1일 오후 자신이 키우는 닭들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20년 넘게 육계를 키우고 있는 구 씨는 지난달 28일부터 지금까지 1천500마리의 닭을 잃었다.

선풍기를 이용해 축사 안 더운 공기를 밖으로 빼내고, 축사 지붕에 물을 뿌리고, 안개 분무를 하는 등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도 35도가 넘는 축사 안의 닭들은 하루하루 지쳐갔다.

구 씨는 "더위를 낮추는 방법이 사람의 힘으로는 더는 안 되는 것 같아요, 스프링클러라도 설치하면 좀 나을 것 같은데 정부에서 매칭사업으로라도 농가에 긴급 지원해 주면 좋겠습니다"라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정부의 지원을 호소했다.



처인구 원삼면에서 산란계 농장(4만5천 마리)을 운영 중인 빈성춘(51) 씨는 닭장 내 온도가 38도를 기록한 이 날 오후 지쳐 쓰러져 있는 닭들을 일으켜 세워 사료를 강제로 먹였다.

더위에 지친 닭들이 잘 먹지도 못하면서 체력이 약해져 지난주부터 매일 20∼30마리가 죽어 나갔다.

환풍기를 돌리고, 스프링클러도 사용했지만, 어떤 방법도 뜨겁게 달궈진 닭장을 식히지 못했다.

빈 씨는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닭장 지붕의 온도를 낮추는 방법이 제일 좋은 것 같다"면서 "소방서에 지붕 물뿌리기를 해달라고 건의했는데, 언제 해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폭염으로 폐사한 경기도내 가축 수도 31만 마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축산농가와 시·군은 축사에 살수 작업을 하고 면역증강제를 먹이는 등 폭염으로부터 가축을 지키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10일께 경기 용인시 처인구 지역 축산농가에서 닭과 돼지가 폭염으로 폐사했다는 신고가 가축재해보험사에 접수되기 시작했다.

더위와 추위에 약해 폐사하기 쉬운 닭은 도내 닭 사육 농가의 99% 이상이 가축재해보험에 가입돼 있다.

용인시가 보험사로부터 확인한 폭염 피해 가축 폐사 신고내역을 보면 닭이 2만3천70두, 돼지가 200두에 이른다.

용인시는 폭염이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관내 축산농가에 가금류 면역증강제를 지급하고, 축사 내외부와 바닥을 우레탄 단열처리를 지원하고 있다.

또 축사 내 에어컨과 환기시설 설치사업도 하고 있지만, 36도를 넘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으로부터 가축을 지키기는 만만치 않다.

용인시 축산과 관계자는 "폭염 시 축사 내 환풍기를 이용해 환기를 자주 시키고, 스프링클러로 축사 내 온도를 낮춰야 한다"면서 "시원한 물과 미네랄 광물질을 섭취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4일 경기도에 폭염 주의보가 발효된 이후 최근까지 30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폐사 피해를 봤다.

7월 31일 경기도 폭염대처상황보고서에 따르면 73개 농가의 돼지 805마리, 104개 농가의 닭 30만6천943마리, 2개 농가의 메추리 1만 마리 등 총 31만7천748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으로 폭염이 계속되면서 폐사하는 가축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 축산정책과는 가축 폭염 피해를 줄이고자 축산농가에 선풍기를 긴급 지원하기로 하고 도내 31개 시·군별 수요조사를 하고 있다.

축사 시설이 노후한 농가에는 방역 차량이 긴급 출동해 뜨겁게 달궈진 축사에 살수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 축산정책과 관계자는 "아무래도 닭이 더위에 취약해 폐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유용 미생물과 면역증강제, 비타민 등을 먹여 가축의 면역력을 높이고, 축사 온도를 낮추는 데 집중해 달라"고 축산농가에 당부했다.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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