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 환자 면역억제제 복용 줄이는 '마커' 첫 규명

입력 2018-08-01 14:34
간이식 환자 면역억제제 복용 줄이는 '마커' 첫 규명

가톨릭대 조미라·서울성모병원 최종영 교수팀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간이식 환자의 면역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마커(표지자)를 국내 연구진이 발굴해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간이식 후 평생 먹어야 하는 면역억제제 복용량을 안전하게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류마티스센터 조미라 교수팀과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최종영 교수팀은 간이식 환자의 면역억제제 복용량을 안전하게 줄일 수 있는 마커인 '면역세포 분석비율'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마커를 활용해 모니터링한 간이식 환자(14명) 전체에서 면역억제제 감량에 성공했다.

말기 간 질환, 간암 등으로 간이식을 받은 환자는 이식된 간에 면역거부반응이 생기지 않도록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면역억제제를 장기 복용하다 보면 감염에 노출되기 쉽고, 순환기질환 또 다른 암 발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 간이식을 받은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 70명 중 면역학적으로 안정됐다고 분석된 상위 20%(14명)의 환자를 선택해 면역억제제 복용량을 줄였다.

연구팀은 3개월 지속해서 환자의 면역억제제 감량분을 늘려가며, 말초 단백구 세포에서의 마커를 5년(60개월)간 분석해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면역억제제를 줄인 환자에게서는 혈액 내 면역조절 세포인 'Treg'와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병인인 'Th17'세포의 비율(Treg/Th17)이 지속해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Treg 면역세포는 늘어난 반면 Th17세포는 감소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지표를 활용하면, 간이식 환자의 면역체계가 자신을 공격하지 않는 '면역관용'으로 회복되기까지의 환자 면역상태를 확인하기가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실험에서 환자 14명 중 28.6%(4명)는 30~36개월 내 면역억제제 복용을 완전히 중단했다. 나머지 71.4%(10명)는 기존 복용량 대비 50% 이상을 줄였다.

조미라 교수는 "T세포 아형 분석 결과를 간이식 환자 개개인의 면역상태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한다면 면역억제제의 투여 여부 및 투여량을 결정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약물의 불필요한 사용을 방지하고 면역억제제에 의한 2차 장기 손상이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영 교수는 "이번에 발굴한 마커는 이식환자의 면역상태 진단과 약물 설정 근거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면역학 분야 국제학술지 '국제면역학회지'(Frontiers in immunology) 3월호에 게재되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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