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주도 사업 잇단 중지에 '말레이 달래기' 나선 중국
왕이, 말레이 공식방문…"중국은 말레이의 좋은 친구" 강조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61년 만에 정권을 교체한 말레이시아 신정부가 중국 주도로 추진돼 온 대형 인프라 사업에 잇따라 제동을 걸자 중국이 양국의 우호관계를 재확인하며 달래기에 나섰다.
1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에서 사이푸딘 압둘라 말레이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했다.
왕이 국무위원은 회담 후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말레이시아의 좋은 친구로서 중국은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의 리더십 아래 말레이시아 국민이 하나가 돼 새로운 영광을 이뤄낼 것이란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말레이시아와의 관계에 큰 중요성을 두고 있다"면서 "양국은 모두 개발도상국이며, 자주 정책을 펴 왔다. 아울러 아시아의 가치를 공유하고 무력외교에 반대하는 공동의 이해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틀 일정으로 말레이시아를 공식 방문한 왕이 국무위원은 1일에는 마하티르 총리를 예방할 예정이다.
지난 5월 총선에서 친중(親中) 성향의 전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말레이시아 신정부는 중국 주도로 진행돼 온 대형 인프라 사업들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진행해 왔다.
재검토 대상이 된 사업들의 규모는 1천억 링깃(약 27조원)에 육박한다.
중국이 사업비 550억 링깃(약 15조원)의 85%를 융자하는 조건으로 추진돼 온 말레이시아 동부해안철도(ECRL) 건설 사업과 94억 링깃(약 2조6천억원) 규모의 송유관·천연가스관 사업은 이미 공사중지 명령을 받았다.
특히 동부해안철도 건설사업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해 온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관심을 끌고 있다.
말레이시아 신정부는 사업비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는 데다 수익성도 의심된다면서 공사단가를 낮추지 않는 한 사업을 계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이푸딘 장관은 왕이 국무위원을 통해 "말레이시아는 국익에 부합하고 평등과 상호존중 원칙에 바탕을 두는 한 말레이시아 경제발전에 대한 중국의 참여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 투자, 교육, 관광, 농업, 안보 등 분야의 양자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마하티르 총리는 이달 중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회담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 정부 당국자들은 여러 의제가 거론될 것이며 그중에는 중국 주도 대규모 인프라 사업의 불공정 계약 문제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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