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배추·무 가격 '고공행진'…과일값도 올라

입력 2018-08-01 11:00
수정 2018-08-01 15:35
폭염에 배추·무 가격 '고공행진'…과일값도 올라



33도 이상 폭염일수 25년 만 최다…수박·포도·복숭아 올랐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유례없는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날씨에 취약한 배추와 무 가격이 뛰고 있다. 지난주 정부가 수급 대책을 한 차례 발표했지만, 장기 폭염에 급등세가 잡히지 않고 있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산물 도매가격은 지난달 하순 기준으로 평년보다 6.5% 높게 형성돼 있다. 이를 견인한 것은 배추와 무 등 노지채소다.

배추(포기당·이하 도매 기준)는 지난달 상순 1천630원에서 중순 2천650원까지 뛰더니 하순에 급기야 3천500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평년보다 무려 50%나 높은 가격이다.

무(개당) 역시 지난달 상순 1천128원에서 중순 1천447원을 거쳐 하순에 2천원 선을 넘어 2천26원까지 뛰어올랐다. 평년 가격과 비교하면 66%나 비싼 수치다.

농식품부는 "배추와 무 가격은 지난달 상순까지 평년 수준에서 안정세가 유지됐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폭염이 이어지면서 작황이 악화해 상승세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고랭지 배추와 무의 주산지인 강원 태백·정선·강릉지역을 보면 지난달 중·하순 평균 최고기온인 32.5도를 기록해 평년 28도를 크게 웃돌았다. 강수량은 평년 117㎜의 12%에 불과한 15㎜에 그쳤다.

농식품부는 "이 기간 일 최고기온 33도 이상인 '폭염일수'는 지역별로 11∼15일에 달해 최근 25년 내 최대 일수를 기록했다"며 "고랭지 배추·무는 노지에서 재배되고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 고온·가뭄에 특히 취약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하순 기록적인 폭염으로 출하가 늦춰지고 작황도 부진해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당분간 고온이 이어질 것으로 예보됨에 따라 배추·무 가격 강세는 한동안 이어지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9월 출하 예정 재배 면적이 평년보다 늘어 추석 전 배추·무 수급 불안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기상에 따른 작황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김장배추는 중앙주산지협의회 등을 통해 적정 재배 면적을 확보해 수급불안이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1주일 전인 지난달 23일에도 브리핑을 통해 폭염으로 배추·무 가격이 올라 비축 물량을 하루 100∼150t씩 풀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40도에 육박하는 찜통더위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열흘도 안 돼 비슷한 내용의 발표를 재차 하게 됐다.

농식품부는 "무·배추는 생육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비축 물량 방출, 조기 출하, 할인 판매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수급 안정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배추는 비축 물량을 하루 100∼200t 집중적으로 방출하고, 채소가격안정제를 활용한 출하 조절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무는 출하 시기를 이달 중순에서 상순으로 앞당기고, 할인 판매 행사로 소비자 부담을 덜겠다고 덧붙였다.

배추와 무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대체품이라 할 수 있는 얼갈이배추와 열무도 상승세를 보인다. 다만, 생육 기간이 짧아 지난달 하순부터는 평년보다는 낮은 시세다.

복숭아와 포도 등 여름 과일도 폭염으로 일부 피해가 발생해 평년보다 가격이 올랐다.

포도(5㎏당·캠벨) 가격은 지난달 상순 2만8천311원에서 하순에 2만4천27원으로 소폭 내렸으나 평년과 비교하면 6.4% 높은 수준이다.

복숭아(4.5㎏당·백도)는 지난달 상순 1만5천437원, 중순 1만8천628원, 하순 1만7천392원을 각각 기록해 평년 가격을 11.4% 웃돌았다.

농식품부는 "복숭아와 포도는 폭염이 이어져 햇볕 데임이 확산하고 계절적 수요가 늘어나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다"며 "사과는 햇사과 상품성이 떨어지면 추석 무렵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YNAPHOTO path='AKR20180801052200030_03_i.jpg' id='AKR20180801052200030_0301' title='수박 [연합뉴스 자료 사진]' caption=''/>

여름철 먹거리 대표주자 수박도 마찬가지다.

수박(8㎏당)은 지난달 상순 1만2천524원에서 중순 1만5천287원으로 뛰더니 하순에는 2만1천384원까지 올랐다. 이는 평년보다 54%나 높은 가격이다.

농식품부는 "수박은 폭염 영향으로 과실 크기가 작고 과육이 적자색을 띠면서 신맛이 나는 등 상품성이 떨어졌다"며 "휴가철에 따른 계절적 수요도 증가해 높은 시세를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달 중순부터는 경북 봉화·영주 등 신규 출하지를 중심으로 출하량이 늘어나 가격이 점차 안정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 토마토는 출하량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고, 애호박·오이·파프리카·청양고추는 평년보다 낮은 시세를 보인다.

한편, 먹거리 가격이 심상치 않자 농식품부는 지난달 18일부터 운영한 고랭지 배추 수급 안정 TF를 지난달 27일부터 '폭염 대응 농축산물 수급 안정 비상 TF'로 전환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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