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제재 위협'에도…터키법원, 미국인 목사 석방요청 기각

입력 2018-08-01 00:44
트럼프 '제재 위협'에도…터키법원, 미국인 목사 석방요청 기각

법원 결정 후 터키리라화 역대 최저수준 가까이 하락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위협에도 터키법원이 미국인 목사를 풀어주기를 거부했다.

터키 남서부 이즈미르법원은 31일(현지시간)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의 가택연금과 출국금지명령 해제 요구를 기각했다고 관영 아나돌루통신이 전했다.

브런슨 목사는 2016년 10월 테러조직 지원과 간첩죄로 이즈미르에서 투옥됐으며 지난 25일 약 1년 9개월만에 법원의 가택연금 결정으로 구치소에서는 풀려났다.브런슨 목사는 '펫훌라흐 귈렌주의 테러조직'(FETO)과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을 돕고, 간첩 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FETO는 터키 정부가 쿠데타 기도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귈렌의 추종자를 가리킨다.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브런슨 목사는 최장 35년형에 이르는 중형에 처해질 수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의 브런슨 목사는 1993년 터키에 입국했으며 2010년 이즈미르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앞서 법정에서 브런슨 목사는 "기독교인인 나에게 이슬람 성직자를 추종했다는 혐의는 모욕"이라며 일체 혐의를 부인했다.

브런슨 목사 사건은 터키의 러시아제 무기 도입 강행과 함께 최근 양국의 갈등 현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는 터키에 브런슨 목사 석방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미국동부 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브런슨 목사의 장기간 억류에 대해 터키에 대규모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며 터키를 위협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에 "물러서지 않겠다"고 응수했다.



미국 등 서방언론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 등을 근거로 브런슨 목사를 정치적 '인질' 또는 협상 '칩'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작년 9월 공식 석상에서 "미국은 우리에게 '목사를 넘겨 달라'고 한다. 미국에는 다른 목사가 있다. 미국이 그 목사를 넘겨주면 미국 목사를 넘겨 줄 수 있도록 법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브런슨 목사 석방 요구 기각 후 터키리라화는 양국 갈등의 심화 가능성을 우려하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스탄불 외환시장에서 리라화는 1미달러당 4.9230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치를 위협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