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대통령, 호르무즈해협 봉쇄 '톤다운'…군부는 초강경(종합)
이란 정예군 총사령관, 현 정부에 경고성 서한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신임 주이란 영국대사를 만나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와 바브 알만데브 해협을 봉쇄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은 중동의 긴장을 조성하려 한 적 없으며 세계가 이용하는 해협들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직접 특정하지는 않았으나 그가 언급한 '해협들'은 걸프 해역의 입구 호르무즈해협과 홍해의 입구 바브 알만데브 해협이다. 이들 해협은 중동 산유국의 주요 원유 수송로다.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분의 1인 하루 평균 1천800만 배럴이 통과하고 바브 알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하루 평균 480만 배럴 정도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가 임박하면서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친이란 예멘 반군은 지난 25일 바브 알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을 미사일로 공격해 사우디가 이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을 잠정 중단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영국대사를 만나 이들 해협과 관련, 그간 이란 측에서 나온 경고와 비교해 이날 다소 누그러진 입장을 내비친 셈이다.
그러나 그는 "이란은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 권리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면서 이란산 원유 수출을 고사시키려는 미국의 제재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뜻을 함께 부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핵합의를 불법적으로 탈퇴했으나, 이란은 유럽과 관계를 기꺼이 증진하겠다"면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매우 중요한 시점에 이제 공은 유럽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란 언론들은 롭 매케어 영국대사가 로하니 대통령에게 "유럽은 핵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전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란과 경제적 교류를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보수 반미 세력의 핵심인 군부는 여전히 강경했다.
이란 해군 호세인 한자디 소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국의 제재는 호르무즈해협의 정상적 역할에 큰 영향을 준다"면서 "이 해협은 이란의 국익의 일부로서 그 기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의 알리 자파리 총사령관은 로하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국민이 정부를 열렬히 지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각이 적(미국)이 선포한 경제 전쟁에 안일하게 대처해도 된다는 면죄부가 아니다"라고 압박했다.
자파리 총사령관은 "정부는 폭등하는 물가를 진정시키고 리알화의 가치 폭락, 금값 급등을 막으려면 국민이 갈망하는 단호하고 혁명적으로 조처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현 내각의 경제 실정과 결점에 대해 다른 때처럼 분통을 터트리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군 통수권자는 대통령이 아니라 최고지도자다.
혁명수비대는 국방을 책임질 뿐 아니라 이란 경제의 30% 이상을 좌우한다고 추정될 정도로 강력한 경제력을 보유했다.
한편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원자력청장은 30일 이란 국영방송에 "유럽 측이 이란에 제안한 '핵합의 유지안'을 실제 지키기만 한다면 유럽과 좋은 관계가 원활히 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핵합의가 어그러진다면 모두에게 손해가 된다"며 "핵합의가 더는 악화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핵합의에 서명한 영국, 프랑스, 독일과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일방적 핵합의 탈퇴 이후에도 이란이 원유를 계속 수출하고 유럽 중소기업이 이란과 거래할 수 있는 안을 이달 초 이란에 전달했다.
이 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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