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엇나간 결속 다지기…"상고법원 반대하면 고립"
김명수 현 대법원장 두고 "소외감 때문…존재감 보일 기회 주자"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설치를 관철하기 위해 대내적으로도 법관들의 결속을 다지고 반대 입장을 고립시키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행정처가 31일 추가 공개한 '홍보 리스타트(RESTART)팀 최종 보고', '상고법원에 대한 사법부 내부 이해도 심층화' 등 2015년 7월 작성된 문건들에는 이런 내부 설득전략이 포함돼 있다.
우선 문건은 상고법원에 대한 젊은 법관들의 무관심, 진보 성향 판사들의 반대 목소리 등이 문제가 된다면서 "법원 내부의 이해를 고취하고 결속력을 강화해 위험 요소를 제거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지방법원 배석판사, 단독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지법 부장판사, 고법 부장판사 이상 등 계층별·직급별로 관심사를 '정밀 분석'해 내부 Q&A 자료 등으로 맞춤형 설득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비공식적인 법원장 순회 간담회, 각급 법원 순회 간담회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찬성 여론을 확산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 경우 "식사를 곁들인 10명 이내의 범위에서 사적인 모임과 유사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상고법원 경품 퀴즈'까지 거론하는 등 대내적인 제도 홍보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문건에는 등장한다.
반대로 상고법원 설치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법관들을 두고는 "선제적 설득 작업에 착수하고, 그럼에도 언론 등을 통해 (반대) 의견을 표방하고자 하면 '위기 대응체제'를 가동해야 한다"는 대책이 문건에 담겨 있다.
문건은 "보수 언론을 통해 대응 논리를 유포함으로써 반대 입장을 폄하·고립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진보 성향 판사들의 돌출성 언행 전력을 부각한다"는 작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법원행정처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서울고등 김모(15기) 부장판사'를 상고법원 반대 논의를 주도하는 인물로 지목했다. 법원행정처가 이날 관련 문건을 공개하며 비실명화 처리를 했으나, 근무 경력 등으로 미뤄 이는 김명수 현 대법원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법조계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논의를 주도하는 법관들은 단체행동을 주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이 세를 결집하지 못하도록 동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핵심 그룹을 직접 설득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김 부장판사를 상대로 직접 설득할 필요가 있다"며 "친밀도를 바탕으로 한 단계적·파상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김 부장판사의 반대 행보는 현 사법부 수뇌부에 대한 반감과 소외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접근을 통해 스스로 존재감을 확인함으로써 반대 의견 표출을 자제할 심리 기제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까지 덧붙였다.
이와 같은 내부 홍보와 설득을 통해 법원행정처가 추구한 것은 모든 법관이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이었다.
법원행정처는 "몰입감과 심정적 결속감은 물론이고, 상고법원이 좌절되면 사법부의 위상 추락으로 이어진다는 위기감까지 공유돼야 한다"며 "하나의 목소리(One Voice)를 넘어 적극적인 홍보대사 역할을 부여한다"고 문건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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