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문건 196개 추가공개…곳곳에 거래·로비 정황(종합)
국회의원 회유·압박 문건 대거 포함…상고법원 설득에 지역구 현안 동원
'최후의 충격요법' 격한 표현도…일부는 개인정보보호 등 이유로 사실상 비공개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임순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및 판사사찰' 의혹과 관련한 미공개 문건 196개가 31일 공개됐다.
법원행정처는 31일 오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에 언급된 410개 문서 파일 중 미공개 문서 파일 228개의 비실명화 작업을 마치고 이를 법원 내부 통신망과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5일 특별조사단이 조사한 410개 문서 파일 중 판사사찰과 재판거래 등 사법행정권 남용사태와 직접 관련된 문건 182개(중복문건 84건 포함)를 공개한 바 있다.
이날 법원행정처는 나머지 문건 228개 중 중복된 파일을 제외한 196개를 추가로 공개했다.
새로 공개된 문건에는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입법을 위해 국회의원을 압박하거나 회유하는 전략을 짜는 등 '강온양면 로비'를 벌인 흔적이 곳곳에 담겼다.
법원행정처는 검찰 출신인 김진태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상고법원에 찬성하는 정갑윤 의원을 활용해 반대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판사 출신 서기호 의원에 대해서는 '고립'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대구법원 청사이전 추진', '강원디자인센터 유치', '지하철 신(新) 안산선 조기 착공' 등 국회의원 지역구 현안을 설득에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하는가 하면 상고법원을 반대하는 의원들 지역구에 상고법원 지부를 두는 방안도 검토했다.
법원행정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대북문제를 제외한 정치적 기본권, 정치적 자유와 관련된 이슈에서는 과감하게 진보적인 판단을 내놓아야 한다"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하기도 했다. 사법행정 업무만 맡아야 할 법원행정처가 일선 재판부에 판결 방향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예상된다.
법원행정처는 조선일보를 '최유력 언론'으로 지칭하며 상고법원 홍보 기사를 싣기 위해 기사계획까지 준비하는가 하면, 법무부에 제도 도입을 위한 설득방안을 구상하면서는 "최후의 충격요법", "죽음의 역공", "메가톤급 후폭풍" 등 격한 표현을 쓰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에는 이번 사태의 단초가 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자체조사와 관련해 "형사사건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며 후폭풍을 우려하고 추가조사에 대한 시나리오를 분석한 문건도 작성했다.
이날 문건 추가 공개로 법원의 자체조사를 통해 사법행정권 남용이 의심된다고 판단된 문건들은 대부분 공개됐다. 그러나 일부 문건은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사실상 비공개 조치돼 논란 소지를 남겼다.
가령 '제20대 국회의원 분석'이라는 문건은 정당별 국회의원들의 이력과 평판, 사법부에 대한 인식 등을 정리한 약 60쪽짜리 문건이다. 법원행정처는 "개인정보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므로 관련 법령 등의 저촉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는다"며 정당별 의석수 분포표만 남겨뒀다.
상고법원 반대 기고문을 실었다가 '사찰' 피해를 당한 차성안 판사 관련 문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촉발한 이탄희 판사 관련 문건도 내용이 대부분 가려졌다. 이 판사 문건은 심의관과 판사들의 대화·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메일 등을 주고받은 내용이 담겨 있어 통신비밀보호 필요성이 있다고 법원행정처는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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