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이라크서 발전사업…이란 단전 공백 메우는 셈
이란, 이라크에 '대금체납'탓 단전…"사우디, 이라크에 태양광발전 건설"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가 전력이 부족한 이라크에서 발전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전력부의 무삽 세리 대변인은 이 매체에 "아직 이라크 정부가 최종 승인하지는 않았지만 사우디가 1년 안에 3천㎿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이라크에 건설해 전력을 판매하는 협상이 진행 중이다"라며 "사우디는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세리 대변인은 전력 판매 가격은 ㎿당 21달러로 이란에서 수입한 전력의 25% 정도에 그친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지난해부터 이라크 남부에 전력을 수출했으나 이라크가 전력 수입 대금 약 10억 달러(약 1조1천억원)를 체납했다는 이유로 이달 초 이라크로 송전을 중단했다.
공교롭게 이란이 단전한 시기에 이라크 남부에서는 전력 부족에 항의하는 시민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란의 단전 조치를 두고 중동 언론에서는 이라크가 전력 대금을 체납한 탓이 아니라 이란에서도 여름철 전력 부족으로 정전이 잦아져 국민의 불만이 커지자 이라크로 전력 수출을 중단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도 이달 11일 "이란이 자국 내에 전력을 공급하려고 이라크에 공급하던 1천200㎿의 전력을 90% 이상 줄였다"면서 "그런 사정이 이라크 남부의 정전에 영향을 끼쳤다"고 해명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을 줄이려고 이라크 정부에 전력 수입 대금을 의도적으로 지불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란의 전력 수출 중단의 배경과 관계없이, 사우디가 이라크의 발전사업에 투자해 이란보다 훨씬 싼 값에 전력을 판매한다면 결과적으로 적대적 경쟁국인 이란의 공백을 메우는 셈이 된다.
이라크가 여름철에 필요한 전력은 2만3천㎿지만 자체 발전용량은 1만6천㎿에 그친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시 전력 인프라가 상당히 파괴됐으나 이후 내전, 부패 등으로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복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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