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골프장 개발로 스코틀랜드 천연 모래언덕 훼손"

입력 2018-07-30 15:54
"트럼프, 골프장 개발로 스코틀랜드 천연 모래언덕 훼손"

환경단체 "심각한 상태"…트럼프 사업체 "추가 개발계획"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2년 부동산 사업가로서 스코틀랜드에 골프리조트를 조성하면서 수천 년의 역사적 가치가 있는 모래언덕(사구)을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AP통신 등이 29일 보도했다.

스코틀랜드 문화재 감시기구인 '스코틀랜드 자연유산'은 정부가 공개한 자료를 인용, 트럼프가 2012년 북동부 애버딘의 해안에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링크스'를 개발하면서 메니 지역의 '포브런 사구' 205ha 중 68ha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손실된 곳은 영국에서 이른바 '움직이는 사구'의 표본으로 여겨지는 것으로 4천 년에 걸쳐 형성된 것이라고 스코틀랜드 자연유산은 설명했다.

이러한 내용은 앞서 런던정경대학 '그랜섬 기후변화&환경 연구소'측의 요구로 일반에 공개됐다.

골프코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토목공사와 식목, 그린·페어웨이·러프 조성, 배수, 관개 작업 등이 사구의 형태를 훼손하고 자연적인 형성을 방해한다고 연구소의 밥 워드 정책국장은 지적했다.

워드 국장은 사구가 학술 가치가 있는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면서 감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조사도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리조트의 새러 맬론 부사장은 성명을 통해 특별한 학술 가치가 있는 곳은 리조트 개발 면적의 '5%'도 지나지 않는다면서 "트럼프가 당시 부지를 사들일 때까지 해당 지역은 외면당하다가 이제 와서 뭇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고 있다"고 비꼬았다.

트럼프는 애초 애버딘 리조트를 조성할 때 지역의 고용 창출 등 경제적 효과를 선전하면서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개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한편,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사업체인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은 이 리조트에 약 1억5천만파운드(약 2천230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가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이 24일 보도했다.

이번 투자 계획에는 2개의 골프 코스를 포함한 450개의 객실을 갖춘 호텔도 포함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트럼프는 이달 중순 영국을 처음으로 방문해 런던에서 짧은 일정을 마치고 스코틀랜드로 이동, 애버딘 리조트 남쪽의 에든버러에 있는 자신의 또 다른 골프리조트인 '트럼프 턴베리'에서 골프를 치면서 주말을 보냈다.



hope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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