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박 1상자, 농민은 5천원 받는데 소비자는 1만4천원

입력 2018-07-30 15:10
수정 2018-07-30 15:18
애호박 1상자, 농민은 5천원 받는데 소비자는 1만4천원

가격폭락에 전국 최대 주산지 화천, 가격 회복 때까지 최대 120t 폐기

주산지 지자체들 "농가만 피해 보는 유통구조 개선 필요…정부에 건의"



(화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전국 노지 애호박 물량의 70%를 차지하는 강원 화천산 애호박이 과잉공급으로 가격이 폭락하자 영서 북부권 지방자치단체가 대응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전국 최대 애호박 주산지인 화천군을 비롯해 춘천시, 홍천군, 양구군, 철원군 등 주산지 실무부서 담당자들은 30일 최문순 화천군수 집무실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화천산 애호박은 최근 낙찰가 기준 8㎏짜리 1상자가 최저 1천원에서 최대 4천원, 평균 2천832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최저 생산비를 건지고 이윤을 남기려면 5천원 이상은 돼야 하는데, 평균 거래가격은 절반을 겨우 넘어섰다.

지난해 이맘때 1상자에 9천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폭락' 수준이다.

이에 화천군이 지역 농민 보호를 위해 애호박의 산지 자율감축, 즉 폐기를 결정하면서 농민들이 땀 흘려 키운 애호박은 시장에 가보지도 못한 채 농기계에 짓이겨져 거름이 되고 있다.



지자체들은 무엇보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뜻을 모았다.

유통과정이 다단계로 이뤄지면서 생산농가 수취가격이 소비자 가격보다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상 일반(노지) 애호박 8㎏ 1상자 경매 낙찰가가 5천원이라면 일반 소매점으로 넘어가면서 1만2천원대로 뛰고, 소비자 가격은 1만4천원대에 형성된다.

반면 인큐베이터(비닐랩) 애호박 8㎏ 1상자는 생산자가 대형마트와 직거래를 거쳐 소비자에게 공급하면 납품가격은 1만1천원, 소비자 가격은 1만3천원 선이다.

인큐베이터 애호박은 특수비닐 봉지에 애호박을 씌워 생산하는 애호박이다.

병해충이 없이 자라 크기와 모양이 일정하고 요리에 쓰기 좋아 소비자들 선호도가 높은 탓에 대형마트에서는 인큐 애호박만을 직거래로 납품받는다.

직거래시장 마진율은 도매시장 마진율과 견줘 상대적으로 낮은 탓에 농가 수취가격이 높다.

반면 일반 애호박은 대형마트에서 받질 않는 탓에 도매시장에서만 거래되고, 농산물 가격 급변 시 농가만 피해를 보게 되는 유통구조다.

'그렇다면 피해를 볼 일이 적은 인큐 애호박만을 생산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인큐 애호박은 생산비가 더 들어가는 탓에 대부분 농가가 일반 애호박을 생산한다.



이날 간담회에서 지자체들은 유통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화천산 애호박 경매물량이 지난해보다 약 20% 늘어났는데 가격 하락 폭이 30∼40%도 아닌 70∼80%에 이르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농산물 출하량 사전 조절을 위한 공동대응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지자체들은 이날 회의결과를 토대로 도를 비롯해 전국 농어촌 시장·군수협의회, 정부 등에 유통구조 개선 대책을 요구할 방침이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매년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농가 수취가격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주산지 지자체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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