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뒤 폭염, 그리고 태풍'…서일본 주민들 계속되는 '한숨'

입력 2018-07-30 11:32
'폭우뒤 폭염, 그리고 태풍'…서일본 주민들 계속되는 '한숨'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제12호 태풍 '종다리'가 이달 초 집중호우로 초토화됐던 규슈(九州) 지역을 통과했다.

다행히 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태풍 영향권에 있어 주민들 사이에서 걱정이 커지고 있다.

30일 NHK와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태풍 종다리가 전날 규슈 지역에 접근하자 이달 초 집중호우 피해를 봤던 야마구치(山口)현, 오카야마(岡山)현의 피난소에는 태풍 피해를 피하려는 주민들이 다시 몰려왔다.



히로시마현에 따르면 전날 이 현에 있는 492곳 피난소의 피난자 수는 6천458명까지 늘었다.

이달 초 집중호우 이후 복구작업이 진행되면서 피난자수가 한때 1천명까지 줄었지만 순식간에 5천명 이상이 늘어난 것이다.

하천이 범람하며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던 오카야마현 구라시키(倉敷)시 마비초(眞備町)는 전날 오전 6시께 고령자와 노약자 등에게 대피할 것을 요청하는 '피난준비·고령자 등 피난개시' 조치가 내려졌다.

이달 초 집중호우와 침수로 방재용 무선장치의 절반이 고장 나 지자체의 홍보 차량이 돌아다니며 스피커로 피난할 것으로 요청했다.

이 지역 초등학교에 마련된 피난소에서 양친을 모시고 머무는 30대 남성은 "바람이 강해 집에 다녀갔다 올까 고민했다"며 "모두 정신적인 피로가 쌓였다. 빨리 극복하고 싶지만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서일본 지역에서는 이달 초 집중호우가 2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고 휩쓸고 간 뒤 연일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쏟아졌다.

폭염 속에서도 피해 복구 작업에 힘쓰던 사람들이 이번엔 태풍 피해를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태풍은 현재 중심부가 육지에서 빠져나가 규슈 서부 해상에 위치해 있지만 태풍 영향으로 규슈 북부와 시코쿠(四國) 지역에서 국지적인 비구름이 발달하고 있어 다시 많은 비가 예상된다.

기상청은 이들 지역에 대해 토사 재해와 침수 등에 주의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번 태풍은 일본 동부 간토(關東) 지역을 거쳐 규슈까지 횡단하며 곳곳에 많은 피해를 남겼고 전날까지 전국적으로 183만명에 대해 피난지시·권고 명령이 정부와 지자체에 의해 내려졌다.

24명이 부상했지만 사망자나 행방불명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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