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중동 '여성할례' 인습 상존…소말리아는 98%
"성욕억제해 정조 지킨다·수술해야 어른" 수천년 사고 잔존
30개국 2억명 '수술 경험', 각국 노력 불구 '근절 요원'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 종교단체 등의 노력에도 불구,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 여성할례로 불리는 인습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여성 외부성기의 일부를 절제하는 여성할례 인습은 기원전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위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많아 각국 정부는 여성할례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수천년의 역사가 있는 만큼 이들 지역 주민의 의식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몹시 아팠다. 살해당하는 줄 알았다. 큰 굴욕이다. 강간이나 마찬가지다"
이집트 카이로 현지 신문 여성기자 라바스 아젬(27)이 30일 아사히(朝日)신문에 털어 놓은 경험담이다. 그는 중학생이던 13살때 받은 수술의 고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카이로 북서쪽 메노피아에 있는 할아버지 집에서 여름방학을 보내던 어느 날 숙모에게서 "결혼식에 가니 샤워를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2살 밑의 여동생과 함께 차에 태워졌다. 도착한 곳은 민간진료소. 아무런 설명도 없이수술대와 책상밖에 없는 작은 방으로 안내됐다. 수술대 위에서 숙부와 숙모 등 4명이 손발을 움직이지 못하게 잡았다. 30분 정도 울며 반항했지만 그뿐, 여동생과 사촌 2명 등 4명이 수술을 받았다. 할아버지가 "축하한다"며 키스를 해 줬다. 수술을 결정한게 할아버지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나를 지켜줘야 할 사람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고교 교사이던 아버지(58)를 원망했다. 통증은 여러해 동안 없어지지 않았다. 충격을 이기지 못해 2년여 동안은 가족이나 친척에게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진 이 인습은 이집트에서도 수천년간 이어지고 있다. "성욕을 억제해 정조를 지킨다"거나 "절제를 해야 비로소 한사람의 여성"이라는 사고가 아직도 뿌리 깊게 남아있다.
이집트 보건부가 2014년 여성 2만2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92%가 할례경험자였다. 58%는 "(절제관습이) 계속되는게 좋다"고 응답해 "그만둬야 한다"는 대답 31% 보다 크게 높았다. 정작 여성들 조차 이렇게 생각할 정도로 뿌리 깊은 인습이라는 걸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이집트에서 여성성기절제 수술은 불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대부분의 수술은 몰래 이뤄진다. 보건부 조사에서 누가 수술을 했느냐는 질문에 '조산(助産)부'나 '의사', '간호사나 다른 의료종사자'라는 응답이 90%로 나타났다. 수술이 공공연히 이뤄지는 셈이다.
카이로 근교 기자에 사는 한 조산부(48)는 30년전부터 절제수술을 해 왔다. "여름 방학때 부탁받는 경우가 많아 "주 2-3회 정도" 수술을 해준다고 한다. "12살 이상 아이들만 해 준다"고 하며 언제든 할 수 있도록 가위와 면도기를 항상 소지하고 다닌다. 수술비는 한번에 100-200 이집트 파운드(약 6천200 원~1만2천400 원)이며 수술 의뢰자가 가난할 경우 돈을 안받고 해 주기도 한다. 그는 "외부성기에 이상이 있어 수술이 필요한 아이들도 있다"면서 "나는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이 모두 가족 같아서" 수술사실을 당국에 고발하는 경우는 없다.
이집트에서는 비정부기구가 1990년대부터 여성성기절제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반대 활동을 해 왔다. 정부도 2003년부터 근절운동에 나서고 이슬람교 등 종교계도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2008년 절제수술을 불법화하고 2016년에는 정당한 사유없이 수술을 한 경우 금고 5~7년, 여성이 사망하거나 중증 장애가 남을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등 처벌을 강화했다.
그러나 NGO가 지난달 말 카이로에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는 "수술이 몰래 이뤄지고 있어 처벌을 강화해도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속출했다. 젊은 세대에서는 의식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2014년 조사에서 5~17세의 수술경험자는 61%로 나타나 2008년 조사 때 보다 13 포인트 낮아졌다.
이집트 정부는 2020년까지 0~19세의 수술경험자 비중을 10~15%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민간진료소 등에 대한 감시와 언론을 통한 홍보활동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보건부에서 이 문제를 담당하는 비비안 포어드는 "담배나 마약과 마찬가지여서 수천년된 인습을 근절하는건 어렵다"면서 "그래도 가능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2016년 유니세프(국제아동구호기금) 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와 중동을 중심으로 30개국에서 적어도 2억명이 여성할례를 경험했다. 수출중 출혈과다로 사망하거나 감염 우려가 커 유엔총회가 2012년 여성할례를 인권침해도 규정, 금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케냐의 경우 15~19세 수술경험자의 비중이 1984년 41%에서 2014년 11%로, 라이베리아는 72%(83년)에서 31%(2013년)으로 각각 감소했다.
유니세프 2016년 자료에 따르면 15~49세 여성의 수술경험자 비중은 소말리아가 98%로 가장 높고 기니 97%, 지부티 93%, 시에라레리온 90%, 말리 89%, 이집트, 수단 각 87% 등이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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