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형 예식장, 빈 땅에 벽체만 세워 연회장 불법영업
'제천참사 잊었나…' 스프링클러·소화기 등 안전시설 부족
구청, 소방당국 통보받고 다섯 달 만에 자진철거 통보 '봐주기 의혹'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기본적인 소방시설조차 갖추지 않은 무허가 건축물을 대형 연회시설로 사용한 예식장이 적발됐다.
30일 광주 서구청 등에 따르면 서구의 한 예식장이 간판과 운영자만 바꾸며 10여 년간 건물을 불법 증축해 영업하고 있다.
해당 예식장은 외형이 단일 건축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법 증축된 공간을 포함해 모두 3개 동으로 이뤄졌다.
무단 증축된 면적 등 위반건축물의 현황에 대해 서구청은 함구하고 있다.
예식장과 식당으로 정상 등록된 좌우 2개 동 주인은 따로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공간은 10여년 전 건물 두 채를 빌려 예식장을 운영한 업자가 불법 증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예식장 운영자도 불법 증축된 공간을 철거하거나 구조변경 등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리모델링해서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단증축된 공간은 수백 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연회시설로 사용 중이다.
소방당국이 올해 초 점검한 결과 스프링클러 등 방화시설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화기 숫자도 적법 건물 면적 기준을 적용하면 부족한 것으로 지적받았다.
소방당국은 올해 2월 4일 이러한 내용을 서구청에 통보했는데 서구청 현장조사는 다섯 달이 흐른 이달 13일에야 이뤄졌다.
서구가 소방당국의 통보를 받았을 때는 충북 제천과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에 따라 전국 자치단체가 다중밀집시설 안전점검에 나섰던 시기다.
서구는 담당자 업무 미숙으로 소방당국의 통보 내용을 제때 처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서구는 건축물을 무단증축해 영업행위를 해온 예식장에 대해 이달 16일 자진철거 하도록 행정처분을 내렸다.
구청이 늑장 대응을 하는 사이 예식장 측은 결혼 성수기인 4∼5월에 연회장에서 예식손님을 맞으며 영업행위를 이어갔다.
서구는 예식장 운영자가 불법 건축물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건축법에 따라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이행강제금 부과는 불법 증축한 건축물에서 벌어들인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조처다.
해당 예식장은 철거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면적 등 법적 기준에 따라 연간 1억원을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는 불법으로 증축된 연회시설 안에서 음식물을 조리하거나 대접하는 등 식당으로 이용한 정황이 드러나면 식품위생법에 따른 행정처분도 내릴 계획이다.
연합뉴스는 서구의 행정처분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예식장 운영자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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