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軍시설 대신 민생현장…경제 올인인가, 제재 영향인가"
전문가들 엇갈린 해석…"모든 것은 경제로" vs "제재로 민생에 눈 돌리는것"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쩍 잦아진 지방 '현지지도'를 놓고 서방의 전문가들이 양 갈래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제 건설과 '민생 챙기기' 행보라는 해석이 있는 반면, 서방의 고강도 대북제재에 맞선 일종의 고육책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4월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건설 병진 노선' 대신 경제 건설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김 위원장은 이때 "우리 공화국이 세계적인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의 지위에 확고히 올라선 현 단계에서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이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고 강조했다.
서방의 북한 전문가 가운데 다수는 지방의 농장, 생활필수품 공장 등에 대한 김 위원장의 집중 방문을 경제 건설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전했다.
특히, 수도 평양 인근의 군(軍) 운영 시설뿐 아니라, 평양에서 멀리 떨어진 낙후된 오지의 시설까지 마다치 않는 것은 김 위원장의 '경제 올인'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방 시찰로 지난 4∼5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통일농구 친선경기를관전하지 않았으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6∼7일 평양을 세 번째로 방문했을 때에도 감자농장 등의 방문을 위해 지방에 있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 국무부 출신의 로버트 칼린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객원연구원은 "이제 모든 것은 경제를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지도부 동향을 추적해온 미국의 북한 전문가 마이클 매든은 김 위원장이 한번 다녀왔던 산간오지로 또 가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6일 강원도 원산의 원산영예군인가방공장을 둘러보고 "수십만 개의 학생 가방들을 생산할 수 있는 물질·기술적 토대가 원만히 갖추어진 만큼 이제는 가방의 질을 높이기 위한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연구원 벤자민 카체프 실버스타인은 북한이 민간 소비를 장려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행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시각도 있다.
민간기업을 허용하는 경제개혁이 뒤따르지 않는 한, 대외 과시용 이상의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케빈 그래이 영국 서섹스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지방 '민생행보' 하나에 의미를 두는 것을 경계하면서, 북한은 여전히 국가가 경제활동을 장악한 체제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래이 교수는 오히려 김 위원장의 경제 집중은 서방의 대북제재가 자국의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봤다.
그는 "경제가 압박받고 있으므로 김 위원장이 민생 이슈로 관심을 돌리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지난 20일 발표에 따르면 대북제재 강화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북한의 2017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3.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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