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손주 끌어안고 숨진 할머니…美 화재의 안타까운 피해자들
대피작업 돕던 소방대원·화재진압 투입된 불도저 운전자도 사망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대형 산불로 인명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70대 할머니가 어린 증손주를 구하려다 화마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고 CNN방송과 로이터통신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새크라멘토에서 약 257㎞ 떨어진 레딩 지역 외곽에선 가옥 5채가 불에 탔으며 이곳에서 발견된 시신 3구의 신원은 멜로디 블레드소(70)라는 이름의 여성과 블레드소의 증손자 제임스 로버츠(5), 증손녀 에밀리(4)로 확인됐다고 마을 경찰은 밝혔다.
두 아이의 어머니인 셰리 블레드소는 현지 지역 매체에 "아이들이 죽었다는 것 외에 할 말이 없다"며 오열했다.
블레드소의 또 다른 손녀인 아만다 우들리는 개인 페이스북에 "할머니가 젖은 이불로 아이들을 덮어주고 꼭 붙어 있었다"면서 마지막까지 증손주를 구하려다 숨진 할머니의 사연을 전했다.
화재 당시 잠시 볼일을 보러 외출했던 블레드소의 남편 에드는 증손주들의 전화를 받고 경주하듯 집으로 향했지만 도로가 막혀 제때 도착하지 못했다며 눈물을 쏟았다.
블레드소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무엇이든 했을 아이들"이라며 아내와 증손주의 죽음에 슬퍼했다.
이 노부부는 몇 년간 증손주들을 돌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증손자 제임스는 911에 직접 전화를 걸어 불길이 증조할머니의 집을 향해 돌진한다며 구조를 요청했다고 한 친인척이 지역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전했다.
또 다른 집에서도 한 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로써 '카 파이어'로 인한 사망자 수는 화재 진압 활동을 벌이다 숨진 2명을 포함해 6명으로 늘어났다고 ABC뉴스는 전했다.
2004년부터 레딩소방서에서 일한 제러미 스토크 소방대원은 대피 작업을 돕다가 숨졌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설 불도저 운전자도 화재 진압 활동을 돕다 숨졌다.
지난 23일 발화해 캘리포니아주 북부 전역을 집어삼킨 이 '카 파이어'(Carr fire)는 최근 텍사스주부터 오리건주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화재 90여건 가운데 가장 파괴적이고 치명적인 피해를 가져왔다.
이 화재로 360.95㎢ 면적의 초목이 소실되고, 건물 500여개가 파괴됐으며 특히 레딩에선 주민 3만8천명을 대상으로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이 와중에 기온은 37.7℃까지 치솟고, 습도는 낮은 데다 바람은 거세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방대원 3천400여명이 현장에 투입됐으며 이들은 휴식도 없이 연일 강행군을 하고 있다고 캘리포니아주 산림보호 및 화재예방국의 크리스 앤서니 분과장은 밝혔다.
소방헬기 17대, 소방차 334대, 불도저 69대, 급수선 65대 등도 동원됐다.
다행히 레딩 서부 지역에선 불길이 다소 잡혀 주민들이 많이 모여 사는 쪽으로 더는 번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큰 나무들은 모두 소실되고 땅밑 전선에도 이상이 생겨 주민들이 보금자리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지난 23일 기계적 결함이 발생한 차량에서 시작된 불길은 거센 바람을 타고 빠른 속도로 확산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26일에는 새크라멘토 강을 건너 인근 레딩까지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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