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비, 올핸 폭염" 동해안 해수욕장 썰렁 상인들 '한숨'
피서객 크게 줄어 "백사장이 너무 뜨거워"…해 지고 나야 피서객 발길
(강릉=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비 한방울 내리지 않는 폭염이 연일 계속되자 강원 동해안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이 크게 줄어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맑은 날을 손에 꼽을 정도로 비가 자주 내려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하늘만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는 형편이다.
여름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은 "더워서 견디기 힘든데 장사까지 되지 않는다"며 아우성이다.
29일 강원도환동해본부에 따르면 지난 28일까지 동해안 93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 수는 360만4천여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14만5천여명에 비해 13.1%(54만1천명)나 감소했다.
시·군별로 살펴보면 피서객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속초지역이다.
지난해 103만4천여명이 찾았던 속초지역 해수욕장에는 올해 현재까지 46만8천여명만이 찾아 절반이 넘는 54.7%(56만6천여명)가 격감했다.
양양도 70만7천여명에서 49만8천여명으로 29.6%(20만9천여명) 줄었고, 삼척도 49만6천명에서 46만1천명으로 7.1%(3만5천여명) 감소했다.
본격적인 피서철에 접어들었음에도 해수욕장을 찾는 발길이 뜸한 이유는 꺾일 줄 모르는 폭염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해수욕장 피서객 집계가 이뤄지는 오전 11시∼오후 3시에는 햇볕이 너무 뜨거워 텅텅 비고, 해가 지고 나서야 무더위를 식히러 나오는 피서객들로 붐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피서객이 적었던 지난해와 대조적으로 올해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폭염에 해수욕을 즐길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해수욕장을 찾는 발길이 줄면서 식당이나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상인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강릉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손정호(70)씨는 "말도 못할 정도로 손님이 없다. 이렇게 더운데 누가 오겠느냐"며 "동해안 상인들은 사정이 비슷하다"고 하소연했다.
속초에서 회를 파는 한 상인도 "이맘때면 관광객들 차가 많이 들어오는데 어제도 낮에 반짝 들어오다 말더라"며 "지금부터 여름 장사 시즌인데 올해도 손님이 너무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동해안 해수욕장은 개장 기간 43일 동안 29일이나 비가 내렸다.
3일 중 2일은 비가 내렸을 정도로 비가 온 날이 많았다.
폐장일까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탓에 사람이 없어 썰렁하게 폐장해야 했다.
2013년 2천567만명, 2014년 2천430만명, 2015년 2천579만명, 2016년 2천477만명 등 매년 2천500만명 안팎을 유지했던 피서객 수는 지난해 2천244만 명으로 크게 줄었다.
도환동해본부는 서울양양고속도로와 KTX 개통으로 교통편이 크게 개선된 점을 고려해 올해 피서객 유치 목표를 지난해와 같은 2천500만 명으로 잡았다.
하지만 캠핑이나 해외여행 선호도가 높아지는 등 휴가 트렌드 변화에 지금과 같은 폭염까지 이어진다면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도환동해본부 관계자는 "폭염 때문에 최근 피서객이 조금 주춤하지만, 비가 자주 내려 상황이 매우 나빴던 지난해보다는 전반적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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