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권좌 훈센, 야당 해체·언론 재갈 '엉터리' 캄보디아 총선
19개 군소·신생 야당 '무기력'…훈센의 캄보디아인민당 낙승 예상
민심 향배 척도는 '투표율'…선관위 60% 예상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캄보디아가 33년간 권좌를 유지해온 훈센 총리의 집권 연장 여부를 결정할 총선에 돌입했다.
캄보디아 선거관리위원회는 29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7시부터 전국 약 2만2천967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총선 투표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유권자 약 800만 명이 참여하는 이번 총선에는 훈센이 이끄는 여당인 캄보디아인민당(CPP)과 19개의 군소·신생 야당 등 모두 20개 정당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외형상 민주적인 총선이지만 실제로는 여당의 승리가 불을 보듯 뻔한 비민주적인 엉터리 선거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1985년부터 33년간 캄보디아를 통치해온 훈센이 제1야당을 강제 해산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면서 사실상 총선 승리 여건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던 제1야당인 캄보디아구국당(CNRP)을 강제 해산하고 소속 의원들의 정치 참여를 금지했다.
CNRP가 외부세력과 결탁해 정부 전복을 시도했다는 것이 명목상 이유였지만, 실상은 최근 선거에서 여당을 위협할 만한 위력을 보인 CNRP를 제거하려는 속셈이었다.
CNRP는 지난 2013년 총선에서 55석의 의석을 확보해 68석의 CPP를 턱밑까지 추격했고,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도 44%의 득표율로 훈센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또 훈센은 지난해 9월 비판적인 신문인 캄보디아 데일리에 '세금 폭탄'을 던져 폐간을 유도했다. 마지막 비판성향 언론으로 꼽혔던 프놈펜 포스트도 올해 들어 세금 폭탄을 맞고 친정부 인사에게 팔렸다.
그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정부는 총선을 하루 앞둔 28일부터 17개 독립 언론사의 웹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차단했다고 교도 통신이 전했다.
캄보디아독립언론센터(CCIM)가 운영하는 민주 소리를 비롯해 미국의 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의 크메르어 서비스 등 정부에 비판적인 내외신 사이트가 접속 불능 상태라고 통신은 전했다. 다만 해외에서 이들 사이트 접속은 가능한 상태다.
유엔과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국제사회는 견제와 비판 세력이 사라진 채 치러지는 이번 총선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총선 모니터링도 거부한 상태다. 이에 따라 전체 투표소의 절반은 독립적인 모니터링 없이 총선을 치르게 됐다.
투표는 오후 3시에 종료되며 결과의 윤곽은 이날 중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전체 유권자 800만 명 가운데 300만 명 이상이 확실한 여당 지지세력이어서 CPP의 낙승이 예상된다.
이변이 없다면 '세계 최장수 총리' 타이틀을 가진 훈센은 5년 더 권좌를 누리게 되고, 최장기 집권당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CPP도 집권 기간을 5년 늘리게 된다.
다만, 민심의 향배는 투표율을 통해 나타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5년 전 선거 당시 70%였던 투표율이 얼마나 떨어지느냐가 훈센에 등을 돌린 민심의 크기를 반영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훈센이 이끄는 여당은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지난 27일까지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옛 CNRP 의원들을 비롯한 정부 비판 세력은 유권자들에게 '부끄러운 투표'를 거부하라고 촉구했다.
자발적 망명길에 올라 프랑스에 머무는 전 CNRP 대표 삼랭시는 최근 "시민사회를 무너뜨리고 CNRP를 해산한 뒤 언론의 자유마저 붕괴시킨 훈센이 엉터리 선거를 통해 왕위에 오를 날이 머지 않았다"고 개탄한 바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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