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만에 특검 출석 드루킹 "변호사 선임 먼저" 진술 거부(종합)

입력 2018-07-28 21:43
10일 만에 특검 출석 드루킹 "변호사 선임 먼저" 진술 거부(종합)

출석 2시간여 만에 구치소로 복귀…조사 사실상 불발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를 10일 만에 재소환했으나 김씨가 입을 닫으면서 조사가 불발됐다.

특검팀은 28일 오후 2시 드루킹을 서울 강남역 특검 사무실로 출석시켰다. 그러나 드루킹은 "변호인 없이 진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약 2시간 만에 서울구치소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애초 이날 드루킹을 상대로 그가 지난 18일 조사 때 제출한 128GB(기가바이트) 용량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담긴 각종 자료의 작성 경위와 의미를 물을 방침이었다.

USB에 담긴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정치권 인사의 사건 연루 정황을 정교하게 가다듬어 조만간 시작될 '수사 후반전'의 기초 자료로 사용하려는 취지였다.

아울러 특검팀은 지난 23일 별세한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을 드루킹이 협박했다는 의혹 역시 이날 조사 대상으로 삼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날 드루킹이 변호사를 이유로 조사 시도에 불응하면서 이 같은 특검의 조사 계획은 순연됐다.

현재 드루킹은 그간 자신을 변호한 마준 변호사가 지난주 특검에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특검 단계 변호사가 없는 상태다.

구치소 독방에 갇힌 그는 외부인과의 면회 등이 차단됐기 때문에 새 변호사를 물색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19일 드루킹의 댓글조작 혐의를 추가로 기소하면서 드루킹이 특검에 협조적이었던 조사 태도를 바꾸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많았다.

특검의 추가기소에 이달 25일이었던 드루킹의 1심 선고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석방을 기대한 드루킹이 특검에 상당한 반감을 갖게 됐을 거란 분석 때문이다.

특검 측은 그간 확보한 증거물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의 수사가 더는 드루킹의 진술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후 2시 소환된 '둘리' 우모씨와 '트렐로' 강모씨 등 다른 구속 피의자는 드루킹과 달리 협조적인 자세로 조사에 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씨는 2016년 10월 당시 국회의원이던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일당이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았을 때 김 지사에게 댓글조작 시스템 '킹크랩'을 시연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인사가 댓글조작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는지를 규명하는 특검의 '본류 수사'가 사실상 개시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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