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보물선? 허상?…'돈스코이호' 의혹 점입가경

입력 2018-07-28 10:50
[팩트체크] 보물선? 허상?…'돈스코이호' 의혹 점입가경

신일그룹 기자회견 '얼렁뚱땅'…소유권·금괴가치 불투명

"투자금 모집용 암호화폐 발행과는 무관" 해명도 궁색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신일그룹(현 신일해양기술)이 '보물선'으로 알려진 러시아 돈스코이호 인양 계획을 공개한 뒤 투자 사기 지적이 일자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진화에 나섰지만, 의혹이 더 증폭되고 있다.

최용석 신일그룹 대표는 150조원으로 추정된다는 돈스코이호의 가치에 대해 "일부 언론이 추측성 자료를 보고 검증 없이 인용해 사용한 것"이라며 논란의 책임을 언론에 돌렸다.

또한 기자회견 초반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탐사를 시작했다"고 하더니, 회견 말미에서는 "얼마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이만한 사업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도망치듯 자리를 떠나려다 추가 질문을 하려는 기자들과 '추격전'을 벌이는 등 상식 밖의 행동을 보였다.



◇ '돈스코이호' 소유권은 누구에게?

신일그룹은 현재 세계 최초로 돈스코이호를 발견하고 입증한 만큼 유일한 권리자라고 주장한다.

최 대표는 "당사가 최초로 발견한 돈스코이호에 대해 공식 채널을 통해 러시아 정부에 발견서 등 서류를 보낼 예정이며,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최초 발견자 지위확인과 우선 발굴자 지위확인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 돈스코이호 탐사에 나섰던 동아건설이 최근 '최초 발견자 권리'를 주장하고 나선 데다, 현행법은 바닷속 매장물을 최초로 발견했다고 해서 소유권을 보장하지 않는다.

국유재산에 매장된 물건의 발굴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바다에 있던 매장물의 소유자가 국가일 경우 관장기관이 추정가의 80%를 발굴자에게 지급하게 돼 있고, 소유자가 국가 이외인 경우에는 반환해야 한다.

더구나 돈스코이호는 러시아 발틱함대 소속 1급 철갑순양함으로 알려져있는데, 국제법에서도 침몰 선박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유엔 해양법 협약은 떠다니는 군함에 대한 국가면제(다른 국가 및 그 재산에 대한 관할 면제)를 명시하고 있으나, 침몰 군함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또한 유네스코 수중문화유산보호협약에는 '100년이 지난 문화유산은 연안국이 관할권을 가진다'고 돼 있지만, 이 협약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비가입국이 많아 국제사회에서 거의 인정을 못 받는다.

한 국제법 전문가는 "해안 연안에 묻혀있는 문화유산이나 오래된 선박의 소유·관할권을 규정하는 국제법이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사안마다 역사적 배경과 맥락을 고려해 국가끼리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신일그룹이 발견했다는 선박이 돈스코이호임이 확인되고 러시아가 소유권을 주장한다면 외교 협상을 해야할 전망이다.



◇ '보물선' 추정가치 150조? 10조?…정부 제출서류에는 '12억'

돈스코이호에는 현재 가치로 약 150조원에 이르는 금화와 금괴 약 5천500상자(200여t)가 실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소문일 뿐 단 한 번도 실체가 확인된 적이 없다.

러시아 역사학계에도 "열차를 이용해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금괴를 운송할 수 있는데 왜 배로 싣고 갔겠느냐",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등 회의적인 시각이 대부분이다.

신일그룹도 애초 홈페이지에서 '150조 보물선 돈스코이호' 문구를 앞세워 홍보를 하다가 최근 이를 삭제했고, 기자회견에서도 "현재 금 시세를 고려하면 10조원 정도"라며 한발 물러섰다.

신일그룹은 해양수산부에 제출한 발굴허가 신청 서류에는 추정가치를 12억원이라고 적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고철 4천t으로 추정하고, 1t당 시세 30만원의 가치를 매겨 12억원으로 계산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매장물 추정가치의 10%를 발굴보증금으로 내야 하는 만큼 가치를 낮춰잡은 것으로 보인다.

신일그룹은 지난달 1일 설립된 신생 회사로 자본금이 1억원에 불과하다.

최 대표는 "발굴 과정 중 유물이나 금괴를 발견하면 발굴을 중단하고 전문기관을 통해 가치를 평가한 뒤 보증금을 추가 납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최초 발견자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동아건설은 1999년 발굴 승인 신청 당시 추정가치로 50억원을 적어 낸 바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돈스코이에 금 500㎏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하며 현재 가치로는 220억원 수준으로 본다"고 밝혔다.



◇ 신일그룹과 신일골드코인은 상관이 없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 인양 투자금 모집을 위해 발행된 신일골드코인(SGC)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부인하고 있다. 신일골드코인은 '싱가포르 신일그룹'이 발행하는 암호화폐다.

최 대표는 신일골드코인에 대해 "류상미씨와 그의 인척 유지범씨가 출원해 발행한 것으로 안다. 유씨가 세운 싱가포르 신일그룹과 신일그룹은 이름이 비슷하지만, 연관이 없고, 가상화폐에 대해 관여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궁색한 변명이다.

류상미씨는 신일그룹 설립부터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날까지 신일그룹 대표로 등재됐던 인물이다. 또 류씨와 최 대표는 지난 6일 제일제강 최대주주인 최준석씨와 주식 양수도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 내용이 증시에 공시되자 제일제강은 '보물선' 테마주로 인식돼 주가가 상한가로 직행하기도 했다.

아울러 특허청에 등록한 '신일골드코인'과 '돈스코이호' 상표등록 출원인도 모두 류상미씨다.

10년 전부터 돈스코이호 관련 영화제작 등 문화사업을 준비해왔다는 조경래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부회장은 "김필현 신일그룹 부회장과 싱가포르 신일그룹의 전 회장 유지범은 선후배 사이"라며 "이들이 급조해 회사를 만들고 일을 진행하다가 국민에게 혼란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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