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공정위 취업특혜 의혹…정부 다른 곳엔 없는 일인가
(서울=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퇴직을 앞둔 간부들을 대기업에 재취업시키면서 연봉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이야기가 검찰 쪽에서 나오고 있다. 행정고시 출신 퇴직자는 2억5천만 원 안팎, 비고시 출신은 1억5천만 원가량의 연봉을 책정해 해당 기업에 제시했다는 것이다.
매년 액수가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대략 이 정도 수준에서 공정위가 대기업과 연봉 협상을 했다는 것인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일이다. 기업의 불공정거래를 찾아내 처벌하는 공정위가 이런 비상식적 행위를 했다면 무슨 낯으로 법 집행을 할 것인가. 검찰은 퇴직 예정 공무원 명단을 관리하며 기업들에 취업을 알선한 혐의로 전직 공정위원장과 부위원장 등 3명에 대해 어제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사실관계를 엄중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공정위뿐 아니라 상당수 정부부처가 정년 4∼6년 앞두고 퇴직하는 간부를 취업시키는 '낙하산' 인사를 습관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야 후배 공무원이 승진하고, 인사 순환이 이뤄진다는 점을 들어 조직 내부 구성원들은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정부부처들의 재취업장이 아예 정해져 있는 경우가 있다.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민간단체들도 그런 곳에 해당한다. 이들 단체의 부회장 자리는 거의 예외 없이 퇴직 공무원들이 차지한다. 수십 년간 반복된 일이어서 이제는 해당 부처나 해당 단체 모두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긴다.
오늘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지난번 부탁드린 조xx 사장, 대우증권 사장 공모 때 신경 써주길" 등의 문자를 보내는 등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 공동대표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청와대가 미리 내정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내정된 인사가 있는지 물어보고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탁으로 비친 점은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인사청탁이 과거뿐 아니라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부처 산하 작은 기관의 임원 자리의 공모에도 권력으로 연결되는 줄이 없다면 지원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떠돈다. 이미 대상자가 정해져 있는 '무늬만 공모'인데, 들러리를 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공정위뿐 아니라 모든 부처와 권력기관들이 낙하산 인사를 배격해야 한다. 이런 낙하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상기관의 생산성과 활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온다. 개혁은 이런 것에서부터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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