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절필 선언…등단 50년 기념작에 "마지막 책"
시집 '흰 그늘'·산문집 '우주생명학' 출간…"그림과 산밖에 없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김지하(77) 시인이 등단 50주년을 기념하는 시집과 산문을 끝으로 더는 집필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서출판 작가는 27일 시집 '흰 그늘'과 산문집 '우주생명학' 출판 관련 보도자료를 내며 "김 시인이 생전에 펴내는 마지막 저서라고 선언했다"고 밝혔다.
실제 김 시인은 시집에 "마지막 시집이다/교정하지 않는다/마지막 다섯줄 '아내에게 모심'/한편으로 끝이다/이제 내겐 어릴 적 한(恨)/'그림'과 산 밖에 없다/끝"이라고 썼다.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그는 1969년 시 '황톳길'로 등단한 후 유신 독재에 저항하는 민주화의 상징이자 민족문학 진영의 대표 문인으로 주목받았다.
1970년 풍자시 '오적(五賊)'으로 구속되는 필화를 겪고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을 배후 조종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기도 했다. '타는 목마름으로'는 그의 대표작이자 저항시의 상징이다.
그간 만해문학상,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 로터스 특별상, 정지용문학상, 만해대상, 국제시인회의 위대한 시인상 등을 수상했으며 노벨문학상·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1980년대 이후 후천개벽의 생명사상을 정립하는 데 몰두했고,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상상력으로 많은 시를 쏟아냈다.
그러나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가 하면 진보적 문학평론가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노골적으로 매도하는 등 어지러운 행보를 보이며 진보진영으로부터 '변절자'란 비난도 받았다.
이번 작품들의 책임편집을 맡은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본인의 정확한 마음이야 알 수가 없지만 글 쓰는 것을 그만두고 현실에서 조금 떨어지고 싶다는 뜻으로 이해했다"며 "시집에서 자신을 '바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산문집에서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의 계기가 된 촛불 시위와 최근의 한반도 정세 변화에 주목한 것이 눈에 띈다.
그는 "북한의 독재자 제거 형식에 의한 통일 정도가 아니고 200만, 300만 촛불의 평화적 행동에 의한 대개벽의 길, '통일·융합·창조'의 과정에 이제 또 하나의 더 큰 '4·19'가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한다.
출판사 측은 "출판 기념 간담회를 열려 했으나 폭염이 극심해 보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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