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죽는 인삼 황무지 된 콩밭…폭염에 속 타는 농심

입력 2018-07-28 09:33
말라죽는 인삼 황무지 된 콩밭…폭염에 속 타는 농심

고추·옥수수도 직격탄…수확 앞둔 포도 시들고 사과 화상 피해

충북 4.9 ㏊ 고사해 농사 포기…20억원 예비비 편성 긴급 지원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자식같이 키운 농작물이 말라 비틀어져 가는 걸 바라만봐야 하니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갑니다"

충북 제천시 백운면에서 콩 농사를 짓는 김모(59)씨는 보름이 넘도록 비 한번 내리지 않고 쨍쨍한 하늘이 야속하기만 하다.

3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에 3천300여㎡ 규모의 콩밭은 황무지처럼 메말라버렸다.

그는 "지난달 파종한 뒤 자식 돌보는 심정으로 정성을 기울였지만, 절반 이상이 싹도 틔워보지 못하고 죽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살아남은 콩잎이라도 살려보려고 매일 새벽 5시부터 나와 인근 농수로에 있는 물을 떠와 밭에 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투를 벌이는 김씨의 노력에도 온종일 내리쬐는 햇볕에 타들어 간 콩잎은 기력을 회복하기 힘들어 보였다.

그는 "땡볕에서 일하는 게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농작물 걱정에 집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며 "비가 내리기만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름 이상 이어진 폭염에 인삼과 고추, 옥수수 등 다른 밭작물들도 힘없이 말라 죽어가고 있다.

인삼은 상황이 심각하다. 충북의 인삼 주산지인 음성 지역 농가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생육에 알맞은 기온인 25∼30도를 훌쩍 뛰어넘은 상태가 10일 이상 계속되면서 인삼은 생기를 잃고 모두 말라버렸다.



과수도 피해를 비껴가지 못했다. 포도 주산지로 유명한 영동의 농가들은 수확을 앞두고 말라비틀어지는 포도를 보면서 속을 태우고 있다.

오는 9월 중순께 수확하는 중만생종인 '샤인머스켓' 품종에 피해가 집중됐다. 포도 알이 쭈글쭈글해지거나 잎이 생기를 잃고 축 처져 말라죽어 버렸다.

무더위로 충분한 수분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듦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근 화상병으로 고통을 겪은 충주와 제천의 사과 농가들 역시 울상이다.

일소(과실 표면 등이 강한 햇빛에 오래 노출돼 화상을 입는 현상) 피해도 나타나고 있다.

강한 햇살에 그대로 노출된 과수의 표피를 보호하기 위해 사과마다 종이를 씌었지만, 햇볕이 너무 강해 소용이 없다는 게 농민들의 설명이다.



28일 충북도에 따르면 최근 도내에서 햇볕으로 고사한 농작물과 과수농가의 면적은 모두 4.9㏊였다.

인삼이 3.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복숭아가 0.4㏊, 옥수수 0.3㏊, 고추 0.2㏊, 사과 0.2㏊, 기타 0.1㏊였다.

지역별로는 음성이 2.7㏊로 가장 많았고 증평 0.9㏊, 영동 0.6㏊, 단양 0.5㏊, 보은 0.2㏊로 집계됐다.

충북도는 예비비 20억원을 긴급 편성, 이르면 내주부터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시·군 관계자들과 협의를 거쳐 폭염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 예비비를 투입, 한해 방지를 위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vodcas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