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개혁안 확정한 軍, 계엄문건 진흙탕 공방속 '갈 길 멀다'

입력 2018-07-27 18:18
수정 2018-07-27 18:54
국방개혁안 확정한 軍, 계엄문건 진흙탕 공방속 '갈 길 멀다'



리더십 손상에도 송영무 "자리 연연 안 하고 기무개혁 소임다할 것"

전문가들 "국방 개혁 법령 조속 정비가 관건…안정적 예산지원 중요"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국방부가 27일 국방개혁안을 내놓았다.

계엄령 검토 문건 공개 이후 화두로 떠오른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한 개혁안은 관련 수사가 종료되는 다음 달 초순께 나올 것으로 예상되나, 이날 공개된 개혁안에는 76명의 장군 감축안을 비롯해 군 전반을 획기적으로 바꿀 내용이 담겨 주목된다.

그러나 계엄령 문건 공개 이후 송영무 국방장관과 기무사 간에 볼썽사나운 싸움이 표면화함으로써 국방부의 개혁안이 제대로 추진될지에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개혁의 키를 쥔 송 장관이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지가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기무사에 대한 해체 수준의 개혁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기무사 수뇌부가 똘똘 뭉쳐 계엄문건 공개 과정에서 송 장관의 모호한 태도를 문제 삼은 '진실 공방'을 벌이는 탓에 송 장관이 내상이 커 보인다.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계엄령 문건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계엄령 문건 보고경위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잘잘못을 따져보아야 한다"며 "기무사 개혁 TF 보고 뒤 그 책임의 경중에 대해 판단하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면서 송 장관이 더욱 궁지에 내몰린 형국이다.

경우에 따라선 송 장관이 경질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리더십 손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 예비역 장성은 "국방개혁의 성공은 국방장관의 군 장악력과 리더십이 결정적인 변수"라며 "상명하복이 엄격한 군에서 장관과 부하가 들이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상황 등을 보면 국방개혁이 제대로 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송 장관은 이날 수면에 모습을 드러낸 국방개혁안을 바탕으로 철저한 개혁을 추진해갈 태세다.



특히 송 장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방개혁 2.0'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최근의 사태에 대한 소회를 묻자 장관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고 기무사 개혁 성공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장관은 그러면서 기무개혁은 정치개입 금지, 민간사찰 금지, 특권의식 내려놓기 등 3가지를 주축으로 해서 강력하게 국방개혁을 하나의 마지막 정점으로 해서 기무개혁도 실시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국방개혁은 우리 군의 미래"라며 "국방개혁을 반드시 성공시켜 평화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뒷받침하는 '강한 안보, 책임국방'을 구현하겠다"면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국민을 바라보며, 오직 국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선진 민주국군으로 거듭나겠다"고 역설했다.

자신의 입지가 악화했을지라도 기무사 개혁 의지를 재차 피력한 것이다.



이번에 확정된 국방개혁2.0을 꼼꼼히 보면 우선 문 대통령의 공약인 '강한 군대, 책임국방 구현'을 위한 청사진이라 할 수 있다. 군 구조·국방운영·병영문화·방위사업 등 크게 4개 분야, 42개 소과제로 이뤄졌다.

개혁안에 대해 국방부는 "우리 군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전환기적 안보 상황과 인구절벽, 4차 산업혁명, 높아진 국민의식 등 사회환경 변화 속에서 국방개혁이 더는 지체할 수 없는 국민의 명령이자 시대적 소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단순한 개혁을 넘어 재창군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국방개혁2.0을 수립했다"고 강조했다.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화해 국면을 이번 개혁안에 반영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한국형 3축 체계의 전력화는 정상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그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육·해·공군, 해병대의 부대구조 개편 방향도 진행형으로 남겨뒀다. 한반도 상황의 화해 또는 악화에 모두 대비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의 한 관계자는 "국방개혁2.0에는 북한을 포함한 다양한 전방위 위협에 대응하는 우리 군의 전략을 담았다"면서 "다만, 이를 대외에 개략적으로 설명한 것은 전반적으로 '로키'(low-key·절제된 수준의 저강도)로 가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사실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는 시기에 만들어지기 시작한 국방개혁안은 올들어 한반도 화해 국면 조성으로 보다 '유연하게'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 송 장관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여전히 대북 강경 대응 기류가 강한 군 내부 분위기를 다독이면서도 개혁을 달성시키는 '조율' 능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계엄문건 진흙탕 공방으로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장군 76명 감축과 병사 복무기간 단축 등은 쉽지 않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국방부가 "장군 정원감축은 군이 제 살을 도려내는 가장 어려운 과제임에도 각 군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합의안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한 것만 봐도, 장군 감축과 관련한 내부 반발의 얼마나 큰지를 가늠할 수 있다. 실제 국방부는 2012년 장군 정원을 60명 줄이는 계획을 수립했지만, 작년까지 8명을 감축하는 데 그쳐, 차후 76명 장군 감축을 제대로 하려면 송 장관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 전문가들은 '국방개혁2.0'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 방위사업법 등 관련 법령이 조속히 정비되어야만 법적 테두리 내에서 개혁이 순항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정부 때 임기 중반부에 '국방개혁2020'이 수립했으나, 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정비하는 데 시일이 걸려 결국 동력이 상실했던 탓에 개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국방부는 과거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군의 한 전문가는 "국방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이 조속히 정비되거나 마련되어야 하고, 국방예산도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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