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최측근 류허, 국유기업 개혁 맡는다
"무역전쟁 장기화 대비 중국경제 체질 강화"
당 해외선전 부문에도 측근…"부드러운 중국 이미지 만들 것"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류허(劉鶴) 부총리가 국유기업 개혁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가 27일 보도했다.
중국 국무원은 전날 류 부총리가 국유기업개혁영도소조 조장으로, 왕융(王勇) 국무위원은 부조장으로 임명됐다고 밝혔다.
류 부총리는 1960년대 중국 최고 명문인 베이징 101 중학에서 시 주석과 친구로 만나 지금까지 친분을 이어온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시 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린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협상단을 이끌고 두 차례 워싱턴을 방문했으나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해 그가 경질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으나, 이번에 국유기업 개혁 업무까지 맡게 되면서 시 주석의 변함없는 신임을 과시했다.
이번 임명으로 중국이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내부 경제체질 개혁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 자산운용사 나티식스의 쉬젠웨이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무역전쟁이 대화로 해결될 조짐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제 중국은 국내의 구조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 국유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한다는 야심 찬 목표 아래 인수·합병 등을 통한 국유기업 '덩치 키우기'에 몰두해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과다한 부채와 비효율적 경영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이에 류 부총리는 경영혁신과 부채 감축, 민간자본 참여 등을 통해 국유기업 개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일부 국유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류 부총리는 2016년 9월 한 콘퍼런스에서 "중국은 국유기업의 독점을 깨고 전력, 석유, 가스, 철도, 항공, 통신, 방위산업 등의 분야에서 민간자본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이 무역전쟁에 더욱 효율적으로 대응하고자 당 해외선전 부문에 측근을 앉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CMP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장젠궈(蔣建國)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 부부장이 물러나고, 쉬린(徐麟) 국가인터넷정보사무실 주임이 그 자리를 맡아 당의 해외선전 업무를 총괄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가인터넷정보사무실 주임 자리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을 이끌던 좡룽원(莊榮文)이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두 사람은 모두 '시자쥔'(習家軍·시 주석의 옛 직계 부하) 그룹으로, 쉬린은 상하이에서, 좡룽원은 푸젠(福建) 성에서 시 주석을 위해 일했다.
시 주석이 측근을 해외선전 부문에 앉힌 것은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중국의 대외 이미지를 바꾸려는 의도로 읽힌다.
정치평론가인 천다오인(陳道銀) 상하이 정법대학 교수는 "중국이 강대국으로의 부상을 지나치게 선전한 나머지 미국 반발을 불러왔고, 이는 무역전쟁의 한 원인이 됐다"며 "이제 전략적 오류가 드러난 만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의 해외선전 업무도 지금까지의 공세적 전략에서 벗어나 더욱 부드럽고 대외 친화적인 중국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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