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파키스탄 경제위기설 고조…외화 급감·통화가치↓

입력 2018-07-27 11:11
터키·파키스탄 경제위기설 고조…외화 급감·통화가치↓

터키 예상 밖 금리동결에 중앙은행 독립성 의심

"신흥국 중 다음 차례 위기국가 될 것"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 주요국 무역전쟁 등으로 세계 신흥시장이 압박을 받는 가운데 그중에서도 통화 가치가 급락한 터키와 외환보유고가 바닥난 파키스탄이 경제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터키 리라화 가치는 올해 들어 28% 폭락했다.

블룸버그 집계 21개 신흥국 통화 중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페소화에 이어 2번째로 낙폭이 크다.

BNY멜론의 닐 멜러 선임 통화전략가는 CNBC에 "오래된 격언대로, 떨어지는 칼은 잡지 말라"며 리라화 가치가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개입 때문에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금리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리라화를 비롯한 터키 금융자산가치가 하락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처럼 고금리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고 있으며 재선에 성공한 이후 재무장관에 자신의 사위를 앉히는 등 경제정책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달 15%를 넘은 물가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해 터키 중앙은행이 지난 24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예상을 뒤엎고 금리가 현재의 17.75% 수준에서 동결됐다.

팀 애시 블루베이자산운용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는 CNN에 터키 중앙은행이 물가상승을 걱정한다면서 금리를 동결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금리동결 직후 달러에 대한 리라 환율은 한때 달러당 4.938리라까지 올랐고 한국시간으로 27일 오전 현재 4.86∼4.87리라에 거래되고 있다.

CNN은 아르헨티나에 이어 터키가 구제금융이나 자본유출 제한이 필요한 다음 위기국으로 거론될 만큼 상황이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수년간 이어진 터키의 높은 경제성장률은 상당 부분 외국자본을 바탕으로 한 건설 붐에 의존했는데, 터키가 점점 빚을 갚을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유라시아그룹 유럽 담당 무지타바 라흐만은 재무장관이 시장에 신뢰할 만한 메시지를 주지 못한다면 "궁극적으로는 IMF 프로그램이 될 위기를 맞을 리스크가 점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키스탄도 IMF 구제금융 가능성이 있는 불안한 신흥국으로 지목되고 있다.

25일 총선에서 임란 칸 총재가 이끄는 테흐리크-에-인사프(PTI)가 승리한 가운데 새 정부가 경제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어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블룸버그와 스탠다드차타드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외환보유액은 현재 91억달러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이는 앞서 2차례 IMF 구제금융을 신청했을 때보다도 적다.

최근 몇 달간 정부의 수입 억제와 수출 장려책에도 지난달까지 경상수지 적자는 42% 급증했다.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는 강력한 자구노력이 뒤따라야 하는데, 이는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파키스탄 성장률을 5.2%로 예상하면서 6년 만의 첫 둔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흐산 말리크 파키스탄 기업협의회 최고경영자(CEO)는 "고통스럽더라도 IMF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를 정부와 야권이 연합해 당면한 문제와 근본적인 결점을 해결하는 데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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