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연구팀 '혈뇌장벽' 개폐 기술 개발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뇌혈관에는 혈류에 섞여 있는 해로운 물질이 뇌 조직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검문소'인 혈뇌장벽(BBB: blood-brain barrier)이라는 곳이 있다.
혈뇌장벽은 특정 혈관 벽에 특수 세포와 특수 물질들이 밀집해 마치 '지퍼'(zipper)처럼 단단하게 조여진 곳으로 중요한 영양소만 선택적으로 뇌로 들여보내고 해로운 물질은 차단하는 한편 뇌의 노폐물을 내보내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 때문에 뇌 질환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물도 뇌에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이 혈뇌장벽을 약물 전달이 필요할 때 잠시 열었다가 다시 닫히게 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캐나다의 인사이텍(InSightec) 사가 개발한 이 기술은 '집중 초음파'(focused ultrasound)를 이용, 혈뇌장벽에 잠시 구멍을 뚫었다가 신속하게 다시 닫히게 하는 장치로 언젠가는 뇌 질환 치료에 필요한 약물을 뇌에 들여보내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AP통신이 26일 전했다.
토론토 서니브루크 건강과학센터(Sunnybrook Health Service Center)의 신경외과 전문의 니르 립스만 박사는 실제로 이 장치를 이용해 6명의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혈뇌장벽을 열었다 닫는 데 성공했다.
립스만 박사는 우선 미세 기포(microscopic bubble)를 혈관을 통해 MRI 스캐너로 뇌의 목표부위 혈뇌장벽에 정확히 밀어넣었다.
이어 헬멧처럼 생긴 장치로 초음파 빔을 쏘아 미세 기포들에 진동을 일으켜 혈뇌장벽의 '지퍼'를 느슨하게 만들었다.
몇 분 후 환자의 뇌 영상에는 의료용 염료(medical dye)가 나타났다. 혈뇌장벽이 열렸다는 증거다.
다음날 뇌 스캔에서는 혈뇌장벽이 다시 닫힌 것으로 밝혀졌다.
심각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환자들의 인지기능도 더 나빠지지 않았다.
이는 혈뇌장벽을 여는 실험이었을 뿐 치매 치료 목적은 아니었다.
이 기술은 치매 환자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루게릭병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 시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 뇌종양의 하나인 교모세포종 환자의 종양 발생 부위에 정확하게 항암제를 전달할 수 있는지도 시험할 계획이다.
이 연구결과는 시카고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 알츠하이머병 학회 국제학술회의(AAIC 2018)에서 발표되는 한편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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