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박통제에 점호까지…대학 기숙사에 인권침해 요소 수두룩
서울시, 기숙사 30곳 사칙 실태조사…인권친화적 가이드라인 만들기로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외박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점호는 매일 23:30에 실시한다. 점호에 불응하는 자는 무단 외박한 자와 같이 벌점이 부과된다"
서울의 일부 대학 기숙사의 사칙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사칙을 인권침해 사례로 꼽았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에서 재학생 7천명 이상인 대학 기숙사 28곳과 공공 기숙사 2곳 등 30곳의 사칙을 전수조사한 결과 인권침해 소지가 큰 사칙이 속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기숙사에서 밤부터 새벽 사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고, 여학생에게만 출입제한 시간을 설정하기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통제에 따르지 않으면 학부형에게 출입 관련 자료를 전달하겠다는 내용을 규정에 담은 곳도 있었다.
관내 생활과 무관한 단체행동을 했을 때는 기숙사에서 내보내는 '퇴사' 징계를 규정한 사칙도 존재했다. 중징계나 퇴사 징계를 내리는 기준을 '관장이 부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자' 등 매우 자의적으로 규정한 곳도 있었다.
한 기숙사는 객실 안에서 담배를 피운 학생에게 '퇴사 및 영구 입사 불가' 징계를 주면서 룸메이트에게도 '퇴사' 징계를 한다는 사칙을 두고 있었다.
서울시가 28개 기숙사 학생 5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26.5%가 가장 심각한 인권문제로 '출입 및 외박통제'를 꼽았다. 13.2%는 '벌점제도'가 가장 심각하다고 답했고, '생체정보 수집 및 활용'을 문제점으로 꼽은 학생(1.6%)도 나왔다.
아울러 불심점검이나 소지품 검사 등 사생활 침해 사례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고등학교를 외국에서 다닌 학생들이 국내에서 다닌 학생들에 비해 사생활 침해를 더 많이 호소했다고 서울시는 전했다.
서울시는 이번 실태조사와 설문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올해 말까지 '인권 친화적 공동생활 가이드라인'을 만들 방침이다.
청년 주거 전문가, 대학 행정직원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인권·자율성·민주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차별금지', '사생활 존중' 등 기본적 사항에 대한 원칙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관련 기관에 배포할 계획이다.
min2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