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복역 일리노이 전 지사 부인 "오바마시대 사법당국 부패"
매관매직 혐의로 수감중인 블라고예비치 부인, 특별사면 염두에 둔 듯 작심발언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매관매직 시도 혐의로 징역 14년형을 선고받고 8년째 복역 중인 라드 블라고예비치 전 미국 일리노이 주지사(민주·61)에 대한 대통령 특별사면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블라고예비치의 부인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오바마 정권 사법당국을 정조준했다.
25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전 일리노이주 퍼스트레이디 패티 블라고예비치(53)는 보수 성향 매체 '워싱턴 이그재미너' 기고문과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오바마 행정부가 남편에 대한 공정한 재판을 막았다. 그들은 증거를 감추고 배심원단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바마 시대 미국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얼마나 부패했었는지 제대로 몰랐다"며 "그들은 급습·광적인 검찰·언론 활용 능력 등을 동원해 혐의에 반하는 증거들을 무릅쓰고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유죄 판결을 끌어내려 했다. 검사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무기 삼아 정치·정부 영역의 보편적 관행을 범죄로 만들었다"고 역설했다.
블라고예비치는 오바마가 일리노이 주의회 상원의원과 연방 상원의원을 지낸 기간, 주지사를 연임했다. 그는 2008년 오바마의 대선 승리로 공석이 된 일리노이 연방상원의원 지명권을 가지고 정치적 거래를 시도한 사실이 연방 검찰의 감청 결과 드러나 전격 체포·기소됐다.
패티는 "남편이 체포되고 불과 몇시간 지나지 않아 (유명 연방 검사) 패트릭 피츠제럴드가 기자회견을 열어 '블라고예비치가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상원의원석을 팔려 했다'고 발표해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그건 거짓말이었다"며 "연방 제7 항소법원이 2015년 7월 이를 '정치적 로그롤링'(logrolling·거래 또는 흥정)으로 판단, 무죄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블라고예비치는 재판 과정에서 오바마에 대한 증인 소환을 요구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측근과의 통화에서 오바마에 대한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가 괘씸죄에 걸렸다는 지적도 받았다.
패티는 블라고예비치가 세르비아계 철강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아홉살 때부터 구두닦이를 하고 고교 및 대학 재학 시절 공사현장 노동과 피자배달 등을 병행하면서도 '아메리칸 드림'을 버리지 않았고 결국 검사, 주 하원의원, 연방하원의원을 거쳐 주지사가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10년 전 남편의 체포와 함께 그 '아메리칸 드림'이 '악몽'으로 변했다며 "검찰은 종신형을 위협하며 유죄 인정을 강요했으나 남편은 굴하지 않았다. 시스템을 믿었고, 시작부터 조작된 사건인 걸 몰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블라고예비치는 2011년 미국 법원이 정치인에게 내린 최고 수준의 형량인 징역 14년형을 선고받고 이듬해 콜로라도 교도소에 수감됐다. 2024년(선고형량 85% 복역) 가석방 대상이 되는 그는 오바마 행정부 말기 특별사면을 기대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말 블라고예비치를 특별사면 또는 감형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어리석은 말을 하기는 했지만, 다른 정치인들이 하는 말과 다르지 않고, 일부는 더 나쁜 말을 하기도 한다"며 감쌌다.
블라고예비치는 2010년 트럼프가 진행한 NBC 리얼리티 쇼 '셀러브리티 어프렌티스'에 출연한 인연이 있다.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