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공기업 '고해성사'로 드러난 해외자원개발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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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조사 발표…"매장량 부풀리기·무리한 투자로 막대한 손실"
(세종=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추진한 자원공기업 3사가 그동안 주요 사업을 부실하게 운영한 점을 인정하고 공식으로 사과했다.
이들 공기업은 과거 자원개발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매장량이나 수익률을 과대평가했으며, 충분한 경제성 평가 등 적절한 검증 없이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큰 손실을 입었다고 고백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자원공기업 3사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해외자원개발은 이미 전 정부에서 국정조사와 감사원 감사를 받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적폐청산' 차원에서 다시 조사했다.
이날 주요 발표 내용을 보면 석유공사는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의 매장량 등 자산 가치를 과대평가하고 내부수익률을 유리한 방향으로 산출해 하베스트 인수에 따른 수익성을 왜곡했다.
석유공사는 하베스트에 40억8천만달러를 투자하고 400만달러를 회수했으며, 24억6천6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캐나다 블랙골드 오일샌드는 건설계약을 총액 방식에서 실비정산으로 변경하는 바람에 건설비가 3억1천100만캐나다달러에서 7억3천300만캐나다달러로 증가했다.
이라크 쿠르드 지역 유전개발은 당초 석유공사가 유전개발을 하고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다른 주체가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자금조달 실패로 사업이 좌초할 위기에 처하자 석유공사가 SOC 사업까지 떠안아 투자비 7억5천만달러가 추가됐다.
석유공사는 "당시 정부의 자원외교 1호 사업이 좌초되는 것을 우려한 산업부(당시 지식경제부)나 청와대 등의 외압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강영원 당시 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부실사업 책임자에 대한 형사고발, 징계, 수사 의뢰 등의 조치를 하기로 했다.
가스공사는 캐나다 웨스트컷뱅크 가스정 사업의 수익률을 이사회 전후로 바꾸고 투자비를 이사회 보고 일정보다 조기 지급하는 등 수익률을 부풀려 자산을 고가에 매입한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총 2억7천200만캐나다달러를 투자해 1억9천900만캐나다달러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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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아카스 가스전은 2014년 IS(이슬람국가) 사태로 사업이 중단돼 투자비 3억8천400만달러 중 3억7천900만달러가 손상차손 처리됐는데, 임의적인 목표수익률 하향 등 내부 검토를 부실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글래드스톤 액화천연가스(GLNG) 사업도 경제성 평가 부실과 수익률 과다 산출 등의 문제가 발견됐다.
가스공사는 "경제성 평가가 부적정하게 이뤄지고 이사회에 사실과 다르게 보고하거나 사업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진 사례 등을 확인했지만 투자의사 결정 과정에서 윗선의 무리한 지시가 있었는지와 사업추진 과정에서 비리연루 의혹 등을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광물자원공사는 멕시코 볼레오 동광 운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운영사 자료를 대부분 그대로 인용한 해외전문업체의 실사 결과를 검증 없이 수용했다.
또 2012년 8월 이후 컨소시엄 참여 민간기업들이 추가 지분인수 불참을 통보하자 투자비 분담에 대한 명시적 합의 없이 무리하게 공사 단독으로 운영권을 인수했다.
캐나다 캡스톤 및 칠레 산토도밍고 사업은 경제적 실익과 사업성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무리하게 인수합병을 추진해 캡스톤은 투자비 1억8천100만달러 중 8천400만달러, 산토도밍고는 2억3천400만달러 중 1억6천800만달러를 손상처리했다.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사업은 직접 상환 의무가 없는 차입금에 대한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운영사 쉐릿사에 대한 대출계약 지급보증을 대지급하는 과정에서 대책 없이 상환 기간을 2년 연장해 추가 금융부담 320억원이 발생했다.
광물공사가 지분 22.5%를 보유한 이 사업은 투자비 18억4천300만달러 중 5억3천100만달러를 손상처리했다.
이날 발표에는 3개 공기업 관계자가 참석해 사업 부실에 대해 사과했다.
석유공사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송구하고 죄송한 마음으로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고, 가스공사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물자원공사는 "무리한 사업추진과 시행착오로 해외사업 부실이 확대되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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