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그칠줄 모르는 CNN 때리기…폭스뉴스엔 '무한애정'
기자회견 제한·인터뷰 취소·'시청 금지'…언론계 "부적절" 비판
백악관 공보라인엔 폭스뉴스 전 대표 입성…새 대변인 기용설도 모락모락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비판적 언론에 적대감을 드러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앙숙'인 CNN 방송을 향해 또 날을 세웠다.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백악관 회견에 CNN 기자 출입을 금지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멜라니아 여사가 전용기에서 CNN을 켜놓은 걸 보고선 역정을 냈다는 보도도 나왔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과 AFP통신, CNN에 따르면 CNN의 케이틀린 콜린스 기자는 대통령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성명 발표 및 공개 기자회견에 참석이 불허됐다.
공개 기자회견에 앞서 콜린스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에 초점을 맞춘 질문들을 던졌지만, 대통령은 그 질문들에는 답변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CNN은 "단지 백악관이 그날의 뉴스에 관한 질문에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게 그 질문이 적절하지 않다거나 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백악관의 결정은 '사실상 보복'이며 '개방되고 자유로운 언론'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의 조처는 경쟁사인 폭스뉴스를 포함한 언론인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백악관 출입기자 협회는 성명을 내고 "백악관의 잘못된, 부적절한 결정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했다.
폭스뉴스 앵커 브렛 바이어도 비판 대열에 동참해 "이번 사안과 (취재를 위한) 접근권 문제에 있어 백악관 취재단의 일원으로서 폭스뉴스는 CNN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트윗 글을 올렸다.
2016년 대선 레이스 당시부터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 주류 언론과 적대 관계를 유지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CNN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해왔다.
지난해 7월에는 CNN 로고를 얼굴에 합성한 남성을 레슬링 링 밖에서 메다꽂는 합성 영상과 역시 CNN 로고로 얼굴을 가린 기자를 '트럼프'라고 쓰인 기차가 뒤에서 들이받는 이미지를 리트윗하는 등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공개 기자회견 자리에서 CNN 소속 기자의 질문권을 박탈하거나 대놓고 '가짜뉴스'라고 면박을 주는 일도 서슴치 않는다.
지난 13일에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지방관저 앞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CNN 방송을 '가짜뉴스'라고 비난하며 소속 기자의 질문을 받기를 거부했다. 대신 그는 폭스뉴스 기자에게 "폭스의 로버츠, 진짜뉴스로 갑시다, 질문하세요"라고 요청했다.
NYT는 25일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전용기에 동승한 멜라니아 여사가 이용하는 TV에 CNN이 켜진 것을 보고 참모들에게 격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멜라니아 여사의 대변인인 스테파니 그리셤 백악관 공보담당관은 성명을 내고 "멜라니아 여사는 앞으로도 자신이 원하는 어떤 채널이든 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지난 15일 CNN과 예정됐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방송 인터뷰를 취소했으며 여기에 백악관이 개입했다고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이 보도했다.
이처럼 CNN과 연일 각을 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성향 매체인 폭스뉴스와는 밀월관계를 유지해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폭스뉴스의 열혈 애청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도 폭스뉴스와 거의 독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앞서 16일(현지시간) 핀란드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 즈음에 한 인터뷰가 18일 방영되기도 했다.
심지어 푸틴 대통령도 폭스뉴스 앵커와 인터뷰해 트럼프 대통령과 손발이 맞는 '브로맨스'를 선보였다.
폭스뉴스 구성원들의 백악관 참모진 입성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백악관 공보 라인이 정비돼 빌 샤인 전 폭스뉴스 공동대표가 새 공보국장으로 이달 5일 합류했고,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의 사퇴설이 불거진 가운데 폭스뉴스 앵커 출신인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 등 후임자 명단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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