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태원 살인사건' 유족에 3억6천 배상"…부실수사 인정(종합2보)

입력 2018-07-26 18:46
법원 "'이태원 살인사건' 유족에 3억6천 배상"…부실수사 인정(종합2보)

"패터슨 살인죄로 기소하지 않은 초기 수사기관 잘못 인정"

조중필씨 모친 "억울하게 죽은 아들 한은 풀어줘야겠다 생각"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고(故) 조중필씨의 유족에게 국가가 3억 6천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오상용 부장판사)는 26일 조씨의 유족이 부실수사의 책임을 물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유족에게 총 3억6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조씨 부모에겐 각 1억5천만원씩, 조씨의 누나 3명에겐 각 2천만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초기 수사기관이 범행 현장에 있던 에드워드 리와 아서 존 패터슨 가운데 리만 살인죄로 기소하고 진범으로 밝혀진 패터슨은 기소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건 발생 직후 패터슨이 피해자 혈흔이 묻은 자기 옷을 불태웠고, 범행 흉기를 버리는 등 수상한 행동을 보였는데도 수사기관이 이런 점을 제대로 판단하지 않은 채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처럼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 "유족들이 겪었을 정신적, 육체적, 물질적 피해와 현재의 국민 소득 수준, 통화가치 사정이 불법 행위 때보다 변동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위자료 산정 배경을 설명했다.

조씨의 어머니 이복수씨는 선고 직후 "어떻게든 억울하게 죽은 중필이 한은 풀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우리 같이 힘없는 국민들이 힘들게 살지 않도록 법이 똑바로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 조중필씨는 1997년 서울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수차례 흉기에 찔려 살해됐다.

당초 검찰은 현장에 있던 리와 패터슨 가운데 리를 범인으로 지목해 기소했지만 그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버린 혐의(증거인멸) 등으로 유죄가 인정된 패터슨은 검찰이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1999년 8월 미국으로 도주했다.

검찰은 2011년 재수사 끝에 패터슨을 진범으로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그해 미국에서 체포된 패터슨은 2015년 9월 도주 16년 만에 국내로 송환돼 재판을 받았고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 형이 확정됐다.

조씨의 유족은 그 후 "수사 당국의 부실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 발견이 늦어졌다"며 국가를 상대로 10억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는 이에 "수사 검사가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못한 데 대한 위자료가 이미 지급된 만큼 다시 소송을 제기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앞서 법원은 2006년 "검사가 패터슨의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국가가 3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유족 대리인은 그러나 "애초 패터슨을 살인죄로 기소하지 않은 잘못이 있고 2009년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하기 전까지 국가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고 맞서왔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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