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행암교차로 공사 부실설계·민원에 1년 넘게 제자리
지하차도 공사 지연으로 내년 효천1지구 입주 후 '교통지옥' 불 보듯
(광주=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광주 남구 행암교차로 교통여건 개선을 위한 왕복 4차로 지하차도 건설 공사가 현장 반영이 안 된 발주처 설계와 주민민원 발생으로 착공 이후 1년이 넘도록 중단됐다.
공사 지연으로 인한 시공사 피해는 물론 내년 봄 효천1지구 입주가 시작되면 행암교차로를 지나는 광주-나주 도로 교통체증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광주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남구 행암교차로에 지하차도를 건설하는 '광주 효천2대로 지하차도 개설공사'를 추진 중이다.
LH에서 발주해 지난해 4월 착공, 내년 10월 준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사는 시작하자마자 우회도로 설계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중단돼 1년 3개월이 넘도록 진척이 전혀 없다.
발주처 설계로는 공사 도중 차량 우회도로를 만들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착공 직후 설계도면 현장 검토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결국 설계상 우회도로의 난점을 피할 수 있는 대체공법을 시공사가 제시하면서 재설계를 했으나 6개월여를 허송세월했다.
대체공법이 받아들여지면서 공사는 올해 상반기 시작되는 듯했으나 이번에는 주민 민원이 발목을 잡았다.
지하차도가 들어서는 인근 마을 주민들이 도로 높이를 문제 삼고 지난 4월 집단민원을 제출했다.
주민들은 지하차도 개설로 인한 성토공사로 도로 높이가 현재보다 약 2.3m 정도 올라오면 생활권이 침해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원을 접수한 광주시까지 나서 이견 조율에 나섰지만 착공 예정일이었던 지난 5월 25일 넘기고 공사는 시작도 못 하고 또 중단됐다.
LH와 시공사는 이에 따라 지하차도 경사도가 급격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설계보다 깊게 땅을 파, 지상 도로 면의 높이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공사가 15개월이나 늦어지면서 시공사는 난데없는 우회도로 설계에다 금전적인 손해까지 겹쳐 울상을 짓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는 "공사가 늦어져도 너무 늦어져 하루하루가 아쉬운 시간이다"며 "모든 결정이 신속히 이뤄져 공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사비도 애초 120억원에서 170억원으로 늘어났고 준공 예정일도 2020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봄 4천500가구, 거주민 1만2천여명 규모의 효천1지구 입주가 시작되면 행암교차로를 이용하는 차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공사 지연으로 인한 교통체증 장기화는 피할 수 없게 됐다.
광주시 관계자는 "우회도로에 대한 애초 설계가 잘못되면서 꼬인 것 같다"며 "주민 불편을 최소화해 최대한 이른 시일에 착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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