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에 갇혀 아이 껴안은 엄마들…산불 참사에 그리스인 '눈물'

입력 2018-07-25 16:27
수정 2018-07-25 18:19
절벽에 갇혀 아이 껴안은 엄마들…산불 참사에 그리스인 '눈물'

절벽서 숨진 26명, 거의 서로 껴안아…보트 전복 10명 전원 사망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바로 앞으로 해변이 보이는 절벽 끝자락에 갇혀 맹렬하게 돌진하는 화염의 희생양이 된 어린이와 엄마, 가족들의 참사가 그리스인들을 울리고 있다.



이들은 지난 23일 오후(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 북동부의 아름다운 해안지역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든 산불의 피해자다. 해안도시 마티의 해안 절벽에서 함께 숨진 채로 발견된 26명의 피해자 중 일부이기도 하다.

이들 26명 거의 모두 껴안은 모습이었으며, 엄마들의 경우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불길 앞에 마지막 몸부림으로 자녀들을 안고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리스 적십자사 회장인 니코스 에코노모풀로스는 "탈출로를 찾으려 했지만, 불행히도 때를 놓쳤다"며 "그들은 본능적으로 종말이 다가오는 것을 알고 서로 껴안았다"라고 스카이 TV에 말했다.

아테네에서 북동쪽으로 40㎞가량 떨어진 유명 휴양지 마티는 뜨겁고 건조한 여름철에 일어난 이번 산불로 대부분 폐허가 됐다.

25일 가디언 등을 포함한 언론에 따르면 이번 대형 산불은 이미 70명이 넘는 사망자를 부르면서 그리스에서는 수십 년 만에 최악의 화재로 기록됐다. 주택은 최소 1천500채가 불에 타고 모두 타버린 자동차만도 300여 대에 달한다.

피해자들과 겨우 목숨을 건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나둘 알려지면서 그리스는 참상에 몸을 떨고 있다.

하룻밤 새 벌어진 이번 화재는 시속 100㎞에 달하는 강풍을 타고 불이 주택가 쪽으로 삽시간에 번져 주민들은 집이나 자동차에서 탈출하기도 어려웠다.

마티 피해자들처럼 집이나 차에서 몸은 빠져나왔지만 거세게 뒤를 쫓는 화마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도 했다.



생존자들은 한목소리로 화염의 속도에 관해 언급했다. 문자 그대로 자신들을 맹렬한 기세로 쫓아오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피해지 주민인 안드레아스 파시오스는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다"며 "난 비치타올을 집어 들었고, 이것이 내 목숨을 구했다"라고 AP통신에 말했다. 비치타올에 물을 적신 뒤 아내와 함께 바다 쪽으로 내달려 겨우 목숨을 건졌다는 것이다.

파시오스는 "가스통들이 폭발했고, 불붙은 솔방울이 곳곳을 날아다녔다"며 "정말로 믿기 힘든 일이었다"고 전했다.

파시오스처럼 대다수의 주민이 해안가에 살았던 만큼, 이들은 엄청난 속도로 번지는 불길을 피해 해변으로 피신했고, 일부는 바닷물로 뛰어들었다.

해안에서 해안경비대와 어선 등에 구조된 사람만 700명에 육박한다. 생존자 중 한 명인 니코스 스타브리니디스는 가디언에 "사람이 옆에서 익사하는 것을 보는 일은 끔찍했지만 도움을 줄 수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불을 피해 급하게 바다로 나가는 과정에서 보트 한 척이 전복, 탑승자 10명 전원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들 중에는 휴가를 온 폴란드인 모자가 포함됐다.

불에 그슬린 시신들이 바다에서 건져지고 해변에서도 발견됐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 나라는 말로 다할 수 없는 비극을 겪고 있다"며 24일부터 사흘 동안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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